[천자칼럼] 로봇 발렛파킹 시대

3 weeks ago 10

입력2025.10.15 17:25 수정2025.10.15 17:25 지면A35

[천자칼럼] 로봇 발렛파킹 시대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차 문제를 로봇이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 카카오모빌리티와 HL로보틱스가 충북 청주시 충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주차를 대신해 주는 ‘발렛 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율주행 발렛 로봇을 상용화한 첫 사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영상을 본 뒤 “이게 진짜냐”며 무릎을 친 바로 그 제품이다.

차량 번호판을 인식시킨 뒤 시동을 끄고 하차하면 로봇이 차량 밑으로 들어가 차체를 들어 올려 주차 구역으로 실어 나른다. 차량을 찾는 것도 간단하다. 키오스크에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주차장 입구로 차량을 운반해 준다. 납작한 철판에 바퀴가 달린 모양새다. 두께는 9㎝에 불과하지만 3t짜리 차량을 운반할 정도로 힘이 세다. 동력원은 전기이며,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한 번 충전하면 차량 수십 대를 실어 나를 수 있다.

로봇을 쓰면 사람이 주차할 때보다 차량을 촘촘히 댈 수 있다. 승하차자의 동선을 감안한 여유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주차장 한 칸의 가로 너비가 2.5m에서 1.9m로 줄어드는 것만 따져도 주차장이 30%가량 넓어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유 공간이 부족한 도심 빌딩과 노후 아파트의 주차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발렛 로봇 상용화가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는 정부에 달려 있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주차를 대신하는 로봇은 ‘기계식 주차장’ 시설로 분류된다.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는 아파트엔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업용 건물엔 별도 발렛 구역을 마련하면 로봇을 들일 수 있는데, 안전상 이유로 시간당 60대 안팎의 차량만 입·출차가 가능하다. 규제 개선 없이는 로봇 도입의 효용이 크지 않고, 주차장 개조 비용만 많이 든다는 얘기다.

주차 로봇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태국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널리 활용 중인 기술이다. 규제 개선을 망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기업의 혁신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을 기대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