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두(大豆)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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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1 17:31 수정2025.10.21 17:31 지면A35

[천자칼럼] 대두(大豆) 대란

외신 기사를 읽다 보면 심심찮게 대두(大豆)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최근엔 중국이 관세 전쟁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예전에는 양국이 무역 갈등을 수습할 즈음 으레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린다는 뉴스가 뜨곤 했다. 대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물인 만큼 때로는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무기’가 되고 때로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

대두는 흰콩, 메주콩, 콩나물콩, 백태콩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콩이다. 소두(小豆)는 역시 콩과에 속하긴 하지만 팥을 의미한다. 대두의 기원은 중국이다. 만주 지역, 특히 두만강 일대라는 설과 장강 유역의 화중이라는 설로 나뉜다. 유럽과 미국 등에 전해진 것은 18~19세기에 들어서다. 대두의 원산지인 중국은 세계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자급률은 20%에 못 미치고 연간 수입량이 1억t에 달한다. 식용유를 짜고 남은 대두박을 가축 사료용으로 쓰는데 그 수요가 많다.

대두는 콩 중에서도 단백질, 지방 함량이 높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 ‘대지의 황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두부, 두유, 식용유, 장류 등 우리 식탁에서도 빠질 수 없는 많은 먹거리가 대두로 만들어진다. 그런 대두의 공급 부족으로 국내 두부공장 등이 초비상이라는 한경 보도다. 다음달 초면 여러 곳의 공장이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두유업계 처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사실상 콩 수입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가 국산 사용을 장려한다고 수입량을 줄인 탓이다.

직불금까지 줘가며 쌀 대신 재배를 장려해 남아돌게 된 국산 콩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뾰족한 해법이 없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데 3배 이상 비싼 국산 콩으로 원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콩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정책 목표에만 꽂혀 아무 대책 없이 국민 식탁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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