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갈림길에 선 돈바스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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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17 17:08 수정2025.08.17 17:08 지면A35

[천자칼럼] 갈림길에 선 돈바스 운명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접경지인 돈바스(Donbas)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2개 주(州)를 합친 지역이다. 거주 인구가 많지 않았고 역사적 중심지도 아니었다. 그러다 1827년 석탄이 발견되면서 달라졌다. 석탄층을 찾아낸 지질학자가 도네츠 석탄 분지라는 의미의 ‘도네츠 바이세인’, 줄여서 ‘돈바스’로 부른 데서 지명이 알려졌다.

1800년대 중후반부터는 제정 러시아의 거대한 광산이자 대장간으로 급부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소련과 독일은 이곳에서만 3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돈바스는 옛 소련의 중공업 복합단지로 부상했지만 1960년대 이후 생산성 악화로 조금씩 쇠락해 왔다.

잊혀져 가던 돈바스가 다시 세계인의 시선을 끈 것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아 합병한 직후다.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주민들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졌고 이들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언했다. 1만4000명이 희생된 내전의 시작이었다. 이듬해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에 나선 끝에 ‘민스크 협정’을 통해 휴전과 자치권 보장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다툼이 끊이지 않아 동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다.

돈바스 영유권이 이번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를 좌우할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전쟁이 이미 1000일을 넘긴 가운데 지난 주말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돈바스를 차지하는 조건의 휴전을 제안한 것을 알려졌다. 현재로선 양측이 합의했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에게 회담 경과를 설명하며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포기한다면 신속한 평화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7%를 차지하는 돈바스는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도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세에 총력 대응해온 이유다. 하지만 종전 논의에서 우크라이나는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냉엄한 국제 질서의 한 단면이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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