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합’을 강조했지만 갈등과 혼란이 그 어느 해보다 뚜렷했다. 진보, 보수 두 진영으로 갈라져 혐오의 언어를 쏟아내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하고 말았다.
여야는 80주년 전야제, 경축식 및 대통령 국민임명식 등 80주년 광복절 행사마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반목했다.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경축식을 보이콧하고 광복회 주최 별도 기념식장으로 향한 작년보다 대립과 심리적 간극이 훨씬 커졌다. 여야 대표는 경축식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악수는커녕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광복절 저녁에 열린 국민임명식도 야당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 전직 대통령·영부인 전원이 불참해 반쪽 행사가 됐다. ‘건강상 이유’로 불참한다고 해명했지만 새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민들도 거리에서 편을 갈라 상대 진영을 맹공격했다. 성대한 광복절 행사 바로 다음 날 광화문에는 수많은 보수 시민이 모여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정의당 진보당 등 좌파 정치권과 양대 노총 등 100여 개 진보시민단체도 국민임명식을 거부하고 ‘미국 경제수탈 저지’ ‘노란봉투법 조속 입법’ 등의 강경 구호를 외쳤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갈등이 점점 증폭되는 우려스러운 현실이 확인된 만큼 정부·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지난 80년간 우리가 얻은 뼈저린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조만간 구성될 야당 지도부와의 영수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 국민 통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당도 과거 야당 시절의 극한투쟁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청래 대표부터 ‘당원만 보지 말고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정치’를 강조한 여당 원로들의 조언을 새겨야 한다. 내부 결집이 없다면 경제부터 안보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전환의 시대를 돌파하기 어렵다. 갈등과 혼란이 커질수록 정부·여당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