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산업 보호 위해 인텔 지분까지 사들이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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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17 17:09 수정2025.08.17 17:09 지면A35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0% 안팎의 인텔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첨단산업인 파운드리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하이오 공장 완공 시기는 인텔의 재정난으로 올해에서 2030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 안팎이다. 2000억달러를 훌쩍 넘었던 2018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텔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로, 미국 반도체산업의 상징으로 통하던 회사다. 하지만 최근엔 시설 투자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CPU 시장에선 후발주자인 AMD를,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선 엔비디아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야심 차게 추진한 파운드리 사업은 ‘돈 먹는 하마’ 신세다. 지난 2분기엔 37억7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인텔은 실적 발표 직후 전체 직원의 20%가 넘는 2만1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나 볼 수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뉴GM(제너럴모터스) 지분 60%를 매입한 전례가 있다. 이번 지분 인수가 현실화하면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등 기존 파운드리 사업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자국 기업인 인텔을 통해 칩을 만들 것을 종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은 재정까지 동원해 기업을 밀어주는 미국과 딴판이다.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노란봉투법 강행 등 기업을 힘들게 하는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요즘 글로벌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관세 장벽을 높이 세우고, 여차하면 정부가 대주주로 등판한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같은 전략산업은 민관이 총력을 경주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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