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에서도 ‘조국 행보, 개선장군 비칠까 걱정’
조국, “서민 코스프레”엔 “돼지 눈엔 돼지만”
사면 가장 비판적인 2030 남성엔 “극우성향”
8개월 ‘폐문 독서’에도 ‘가붕개 오만’ 그대로
그리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부처님이 아니라 무학대사 말씀이다. 누구 말씀인지를 떠나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자신의 사면에 반대한 것을 아는,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갓 사면을 받은 몸으로 아무리 근신을 해도 부족한 때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괜한 구설을 불러 죄송하다”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된장찌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두 주일도 안 돼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조 전 대표의 행보와 언행에 관한 이야기다. 오죽했으면 그의 사면을 앞장서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에서 “이런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조 전 대표는 양심수도 정치범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됐던 비리 사범이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형기의 3분의 1에 불과한 8개월만을 채우고 풀려났다. 가석방을 받는 데도 형기의 70∼80%를 채워야 하는 관행에 비춰 보면 이만저만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속하는 것이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공수(攻守) 위치만 맞바꿔가면서 행해 온 정치적 관행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결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인 만큼 사면의 수혜를 보는 당사자는 최대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다. 하지만 조 전 대표의 언행은 자숙이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그룹을 교묘하고 부당하게 매도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조 전 대표는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20대, 30대 남성이 70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단순한 보수성향이라면 문제가 다를 수 있는데, 이른바 극우성향을 보인다. … 2030의 길을 극우정당인 국민의힘이 포획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사면에 대해 가장 큰 거부감을 보여 온 2030 남성을 극우집단으로 몰아간 것인데, 의도도 불순해 보이거니와 사실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다.
6·3 대선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지지율을 보면 20대 남성은 이준석(37.2%)-김문수(36.9%)-이재명(24.0%) 순서였고, 30대 남성은 이재명(37.9%)-김문수(34.5%)-이준석(25.8%)의 순이었다. 또한 2030 남성들은 계엄 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줬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다수가 찬성 쪽에 손을 들었다. 더구나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는 ‘극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 전 대표를 위시한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에 신물이 나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청년들도 부지기수다. 2030 남성들이 조 전 대표의 사면에 유독 비판적인 이유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 공정성에 민감한 세대이고, 조 전 대표 가족의 입시 비리로 인한 상처를 가장 가까이에서 입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는 못 할망정, 극히 일부에 불과한 ‘극우’ 이미지를 씌우는 게 옳은 일인가. 본인은 공식적으로 13번 사과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붕어, 개구리, 가재’의 자리를 이제 ‘돼지’나 ‘극우’가 대신했을 뿐 다른 사람들을 아래로 보는 듯한 조 전 대표의 오만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조 전 대표는 교도소 문을 나선 다음 날인 16일 페이스북에 ‘8개월간의 폐문(閉門)독서물’이라는 제목과 함께 여러 권의 책이 수북이 쌓여 있는 사진을 올렸다. 유죄 판결에 따른 자신의 수감을, 스님들이 문을 걸어 잠근 채 최소한의 공양만 받으며 수행에 전념하는 ‘폐문 정진’과 같은 반열에 놓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출소 후 그가 보여준 언동으로 미루어 보면, 교도소에서의 8개월은 교정(矯正)의 효과가 미치기에도, 독서를 통한 수양을 쌓기에도 많이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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