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챗GPT에 쇼핑 기능을 추가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테크업계에서는 오픈AI가 검색을 바탕으로 쇼핑과 광고를 장악한 구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억 명에 육박하는 챗GPT 사용자를 앞세운 오픈AI의 참전에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 중심의 국내 온라인 검색 광고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오픈AI, 구글 ‘텃밭’ 뛰어드나
28일(현지시간) 오픈AI는 챗GPT에 제품 비교 및 구매 링크를 알려주는 쇼핑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챗GPT 하단의 지구본 모양 아이콘을 눌러 ‘챗GPT 서치’ 기능을 켠 뒤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회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전자제품·가정용품·패션·뷰티 등 일부 품목만 가능하지만 더 많은 제품으로 기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된 기능은 얼핏 보면 구글 쇼핑과 큰 차이가 없다. 두 플랫폼 모두 검색창에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링크를 표시해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픈AI는 사용자와의 과거 대화를 바탕으로 사용자 선호도에 따라 제품을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사용자가 검은색 셔츠에 관해 많이 질문했다면 이후에 ‘셔츠를 사려고 한다’고만 말해도 검은색 셔츠를 우선순위로 보여주는 식이다. 제품 후기 역시 온라인 쇼핑몰 후기뿐 아니라 ‘레딧’ 등 다양한 커뮤니티 후기를 함께 보여준다.
오픈AI는 지난 1월에도 사람처럼 마우스 커서와 키보드를 제어해 스스로 쇼핑 및 결제까지 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를 공개했다. 다만 쇼핑 웹사이트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이 있어야 하는 등 오퍼레이터가 현시점에선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챗GPT를 통해 검색 광고 시장에 우선 진입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브리 프사(프로필 사진)’ 등에 힘입어 챗GPT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억 명을 돌파했다.
◇“챗GPT에 광고 붙는 건 시간문제”
오픈AI는 구글의 ‘검색 제국’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날 온라인 쇼핑몰과 판매 수익 배분 등 관련 계약을 맺은 게 없다고 밝혔지만 테크업계에서는 오픈AI가 광고를 추가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제휴 수수료가 회사 수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내부적으로 2029년 1250억달러(약 180조900억원), 2030년 1740억달러(약 250조3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 기준 엔비디아(1305억달러), 메타(1645억달러)의 연매출과 맞먹는다.
구글 등 포털 중심이던 온라인 검색 광고 시장이 AI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기업들은 포털 검색 결과보다 AI 챗봇이 말하는 자사 브랜드 이미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로파운드, 브랜드테크 등 마케팅 기술 기업은 챗GPT 등 AI 챗봇에서 기업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고, 어떤 웹사이트가 응답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지난해 1922억달러였던 글로벌 온라인 검색 광고 시장 규모는 2033년 4505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