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전, 야인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구 서계동의 한 달동네를 찾았다. 당시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박 전 시장은 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부작용을 막겠다며 2014년부터 노후 주거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오 시장이 방문한 서계동도 한때 뉴타운이었으나 박 전 시장에 의해 구역이 해제된 뒤 도시재생 사업이 시행됐다.
좁고 가파른 경사로를 한참 올라가자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한 인근 노후 주택과 어울리지 않게 깔끔한 외관의 건물이 나타났다. 마을 카페로 재탄생한 이 건물은 공연·전시장, 공유주방 등의 용도로 지어진 다른 두 건물과 함께 도시재생 거점시설로 탈바꿈돼 있었다. 낙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공 사례를 확산하려는 취지였다.
기대는 실망으로…
실제 그랬을까. 오 시장은 일말의 기대마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명색이 카페인데 오전 10시가 돼서야 문을 열고, 주말에는 아예 영업하지 않았다”며 “평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취약계층이 사는 곳인데 장사가 제대로 됐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손님을 끌어들일 주말에는 영업조차 안 했으니 적자가 나는 건 불 보듯 뻔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예상대로 이곳은 개장 3년여 만에 폐업했다. 노후 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느라 투입된 시민 세금도 허공 속 연기처럼 사라졌다. 시가 서계동을 비롯해 서울역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들인 예산만 1000억여원에 달한다. 현재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은 총 52곳으로, 지난해 추가된 김포공항과 남산 일대를 제외하면 모두 박 전 시장 임기 때 지정됐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민간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에 맡긴 점도 패착으로 꼽힌다. 주민 참여와 공익성을 높이려는 취지였겠지만 수익을 창출하려는 유인과 전문적인 경영 역량이 부재했다. 착한 의도만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수 없다. 공공은 인프라와 기반을 정비하고, 운영은 민간 영리법인에 맡겨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민간에 사업 맡겨야
더 큰 문제는 남은 땅이 많지 않은 서울에 신규 주택을 공급할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점이다. 오 시장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임기였던 2006~2011년 지정된 뉴타운은 총 25곳으로,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면 최소 20만 가구 이상의 신축 아파트가 공급됐을 수 있다. 뉴타운이 열악한 도로, 공원, 학교 등 각종 인프라까지 동시에 확충할 수 있어 ‘강북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뜻의 ‘얼죽신’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실을 보면 뉴타운 사업 무산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 시장이 이런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센티브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2031년까지 ‘한강벨트’ 20만 가구를 포함해 총 31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비현실적인 이상에서 벗어나 신통기획과 모아타운이 가져올 미래 서울 주거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해본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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