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리더[이은화의 미술시간]〈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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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조건은 힘보다 지혜가 아닐까. 지혜로운 통치자의 상징인 솔로몬은 예로부터 문학과 예술이 가장 사랑한 인물 중 하나였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화가 빌럼 드 포르터르도 성경 속 솔로몬의 일화를 그림으로 남겼다.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1630년경·사진)은 오늘날 예멘으로 추정되는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을 찾아온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솔로몬의 명성과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먼 길을 온 여왕은 수행원들과 함께 예루살렘 궁정을 방문했다. 그녀는 도전적이고 어려운 질문을 던졌지만, 솔로몬은 모두 막힘없이 답했다. 여왕은 그의 지혜로운 답변과 평화롭고 문명화된 궁정을 보고 마음속의 의심을 거뒀다. 그러고는 가져온 금, 향신료, 보석을 바치며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화가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담았다. 보라색 가운을 입은 솔로몬은 비정상적으로 높이 솟은 왕좌에 앉아 있다. 이는 그의 명성과 지혜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밝은색 드레스 위에 금빛 망토를 걸친 여왕은 무릎을 꿇은 채 오른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뒤편의 수행원들이 들고 있는 진귀한 보석과 선물들을 받아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여왕의 시선이다. 화가는 처음에 여왕의 머리를 더 들어올려 왕의 얼굴을 향하도록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시선이 왕의 발치를 향하게 수정했다. 여왕의 겸손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힘이 아니라 진정성과 지혜다. 시바 여왕은 솔로몬에게 품었던 불신이 확신으로 바뀌자, 가져온 모든 선물을 아낌없이 바쳤다. 이국 왕의 지혜로운 답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그렇다면 솔로몬은 이국의 여왕을 그냥 돌려보냈을까. 전승에 따르면 받은 것 이상으로 푸짐한 선물을 줬다고 한다. 결국 두 왕국은 지혜로운 리더 덕에 평화롭게 교역과 우호 관계를 맺은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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