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북한군 복장 상태는 전혀 다르다. 북한군 병영을 무작위로 가 본다면 상거지가 따로 없다. 태반이 삐쩍 마른 몰골에 군복은 누더기에다 발가락이 드러난 신발을 신고 있을 것이다. 병력 자원이 없어 키 143cm, 몸무게 45kg 이상이면 무조건 입대시키는 현실이나, 얼마나 많은 군인이 영양실조와 싸우고 있는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북한군 피복에만 집중하려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군사분계선 북쪽에 차단물 공사를 하는 북한군들이 출몰한다. 남쪽에서 촬영한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새 군복을 입고 나왔다. 그래 봐야 한 달만 햇볕을 받으면 색이 누렇게 변한다. 천 재질이나 염색 수준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새 군복은 입었지만 바지를 벗기면 장담컨대 70% 이상이 ‘노팬티’일 것이다.북한군 피복 규정에 따르면 군인은 1년에 광목천으로 만든 것과 흡사한 흰 ‘면 빤쯔(면 팬티)’ 두 벌을 공급받는다. 땡볕에서 며칠만 일하면 면으로 된 천은 땀에 젖어 쉽게 찢어진다. 더 큰 고통은 땀에 젖은 팬티가 정신없이 말려 올라간다는 것이다. 북한군엔 서혜부 탈장(헤르니아) 환자들이 많다. 못 먹어서 복근은 약해졌는데 고된 육체노동을 시켜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많은 군인은 사타구니까지 말려 올라간 팬티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팬티 입기를 더 싫어한다.
세탁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일주일 입은 새까만 팬티라 할지라도 마를 때까지 잘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훔쳐 간다. 팬티 같은 복장 검열은 엄격해 장마당에서 일반 팬티를 구입해 입으면 심각한 규정 위반이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팬티가 누더기가 돼도 버리질 못한다. 1년에 딱 두 벌뿐이니 귀하게 재사용해야 한다.
북한군은 양말을 공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발싸개라 불리는 광목천으로 발을 둘둘 감싼다. 발싸개도 1년에 두 번 주는데 팬티 같은 흰 면 재질이다. 발싸개를 하고 천과 고무로 만든 군화인 ‘지하족’을 신는다. 신발 내부 저질 고무에 쓸려 며칠 만에 발싸개가 까맣게 변한다. 그래도 버릴 순 없다. 겨울에는 발싸개를 해도 발이 시려우니 팬티를 발에 감는다. 그것도 모자라면 발에 비닐을 더 감는다. 팬티를 보면 다른 피복도 알 수 있다. 여름 군복은 1년에 한 번, 겨울 군복은 2년에 한 번 준다.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때 공급받지 못할 때도 많다. 여름 군복 한 벌을 7개월 넘게 입어야 한다. 한 번만 빨면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몇 달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해어진다. 취사 당번을 서면 나무를 해 와야 하는데, 누더기처럼 된 면은 나무 가시에 약간만 스쳐도 쭉쭉 찢어진다. 농사와 공사가 일상인 북한군은 바늘과 실을 항상 군복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가 찢어지면 바로 기워야 한다. 군인 규정에 그렇게 적혀 있다. 힘든 공사판에 동원된 군인들을 보면 수용소 수감자로 착각할 것이다.신발은 1년에 여름 신발 두 켤레, 겨울 신발 한 켤레를 준다.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지 제대로 주질 못한다. 군모는 5년에 한 개 준다. 최근까지 북한군에서 10년 가까이 복무한 탈북민은 “동내의는 입대할 때 한 번밖에 입지 못했다”고 했다. 남은 것은 군 간부들이 빼돌려 장마당에 팔았을 것이다.
여성 군인들 사정도 상상해 보시라. “뭔 소리. 김정은이 시찰할 때 보니 다들 멋있는 군복을 입었던데”라는 반박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모든 부대에는 행사용 군복 보관 창고가 따로 있다. 김정은이 오면 꺼내 입고, 가면 다시 벗어 보관한다.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 군인들은 각설이 행색에서 해방돼 좋은 팬티와 옷을 입게 됐다고 죽기 전까지 좋아했을 것이다.
“전쟁에 만반으로 준비된 백전백승, 미제와 대적할 무적의 군대”라고 자랑스럽게 연설하는 김정은은 이런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저기요. 애들 팬티부터 좀 입혀요.”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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