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절하된 단장 성과…작년 김태룡 단장 1천승도 '조용히'
과거와 전혀 다른 단장의 역할과 무게…공식 기록 집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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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승리로 단장 취임 후 500번째 승리를 거뒀다.
현직 단장 중에선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었다.
그러나 차 단장의 500승은 조용히 지나갔다.
LG 구단 직원들은 축하 자리를 마련하려 했으나 차명석 단장이 극구 말렸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에 "당시 5연패 뒤 승리했다"며 "차명석 단장이 자신의 아홉수 때문에 팀이 연패에 빠진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자책했다"고 전했다.
LG는 차명석 단장의 500승 기록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차명석 단장은 "부끄럽다"며 이를 만류했다.
LG는 차 단장의 500승이 역대 몇 번째 기록이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기록으로라도 남겨두려 했으나 이 역시 할 수 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단장과 관련한 기록은 집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프로야구는 기록과 숫자의 스포츠다.
새로운 기록과 의미 있는 숫자를 쓴 선수들은 많은 박수를 받는다.
축하의 대상은 선수에 국한하지 않는다.
KBO는 감독의 승수, 승률은 물론 기록원, 심판위원들의 출장 경기 수를 체크해 기념상을 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단장 관련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KBO의 잘못만은 아니다.
과거 프로야구 단장은 모그룹 임원들의 한직 자리로 치부돼 역할도 크지 않았다.
모그룹의 지원금을 얼마나 많이 챙겨오느냐에 따라 단장의 능력을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단장 관련 기록은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선수 출신 단장이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대세로 자리잡히면서 트레이드, 드래프트,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선수단 보강을 진두지휘하는 단장의 비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팀 성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10개 구단 중 전문성을 지니지 않고 단장에 오른 이는 없다.
10개 구단 중 7명은 선수 출신, 3명은 오랜 기간 야구단에서 봉직한 프런트 출신이다.
지난해엔 김태룡 두산 단장 겸 부사장이 단장 취임 후 1천승 금자탑을 쌓았다.
2011년 8월 10일 두산 단장에 오른 김태룡 단장은 13년 만인 2024년 8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방문 경기에서 승리해 현역 단장으론 처음으로 네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김 단장의 1천승도 큰 조명을 받진 못했다.
두산 임직원들은 경기에 사용했던 공을 기념구로 챙겼고, 홈으로 돌아와 축하 떡을 돌리며 조용히 김태룡 단장의 1천승을 축하했다.
28일 현재 현역 단장 중 승률 1위는 차명석 단장이다. 918경기에서 513승 26무 379패, 승률 0.575를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173승 4무 138패, 승률 0.556), 김태룡 단장(1천39승 33무 857패, 승률 0.548), kt wiz 나도현 단장(258승 10무 219패, 승률 0.541)이 뒤를 잇는다.
SSG 김재현 단장(98승 4무 95패, 승률 0.508)과 롯데 자이언츠 박준혁 단장(96승 7무 96패, 승률 0.500)은 각각 통산 1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9일 13시56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