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다’는 평을 받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예컨대 사교육 저출생 최저임금 등에 대한 그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 금리 조정 등을 통한 물가와 금융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 총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사실 금리정책이란 게 다른 거시정책과 맞물려야만 효과가 나는 만큼 이 총재의 오지랖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가령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도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고 돈을 풀어버리면 소용이 없게 되니 한은 입장에서도 핑곗거리는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이 총재가 요즘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재정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국가 재정에 대해 걱정을 쏟아낸다. 금리 조정도 그렇고, 구조 개혁도 그렇고 타이밍을 놓쳐도 언젠가 바로 잡으면 경제가 제 궤도로 돌아갈 수 있지만, 재정은 일단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속성을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정은 한 번 방향이 어긋나면 다른 어떤 거시지표보다 악화 속도가 빠르고, 회복력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국가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그가 최근 확장 재정을 우려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이 정부가 부채를 일으킬 마지막 정부가 될 것”이라고. 재정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숫자를 넘기는 순간 국가 부채비율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폭주할 것이고, 치솟은 부채비율이 여러 경로로 국가 위기로 현실화하는 게 확인되면 다음 어느 정부에서도 돈 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관리재정수지 3%,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는 그동안 재정당국이 금과옥조처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수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에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100%인데, 우리만 40%가 마지노선인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책하듯 따져 물은 이후 40% 둑은 무너졌지만, 그래도 재정당국은 그 마지노선을 사수하려 노력은 해왔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정건전성의 가이드라인은 60%지만,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 수요와 미래 통일 비용 등을 감안해 40%로 설정한 것이 문 전 대통령이 따져 물은 과학적 근거이긴 하다.
이재명 정부 역시 확장 재정 의지가 확고하다. 내년 예산(728조원)을 역대 최고 폭(증가율 8.1%)으로 늘려 놓고도 “대개 100%가 넘는 다른 나라들의 부채비율과 비교하면 아직 여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는 사이 국가채무는 1300조원 이상으로 급증해 GDP 대비로는 마지노선을 훌쩍 넘긴 50% 안팎에 달하고 있다.
국가부채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당장 눈앞에 닥칠 우려는 국가신용등급 추락이다. 국가 신뢰도와 직결되는 신용등급 하락은 국채 발행금리 상승(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부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원화 가치를 하락시켜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겨 외환위기 가능성을 키운다. 원부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뿌리산업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국민 가계 생활을 궁핍하게 한다. 자산 있는 사람들은 원화로 보유하면 바보이니 모두가 해외로 돈 싸 들고 나가려 할 게 뻔하다.
재정을 퍼붓는 정부가 이를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재정을 투입해 성장률을 높이고 부채 증가 이상으로 GDP를 키우면 오히려 부채비율은 떨어질 것 아니냐는 논리인데, 한 기업이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 증가 속도를 높여 아무리 주가가 올라도 주가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낮게 관리하겠다고 주주들한테 공언하는 약속만큼이나 허망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정을 마냥 아끼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경기가 부진할 때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긴 하다. 다만 제대로 쓴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할 때 이른바 ‘재정승수’는 배가가 된다. 결국 재정을 쓴다면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동시에 재정건전화 노력과 잠재성장률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결론인데, 이 또한 모르는 정부는 없다. 알면서도 안 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무능하거나 아니면 게으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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