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화업계가 어렵고, 특히 우리나라가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이 더딘 상태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쩔수가없다'가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데 조금이라도 역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17일 이같이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어쩔 수가 없다' 시사회가 열리며 한국 관객에게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는 한순간에 삶이 무너져 내리는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던 직장인 만수(이병헌)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녀를 지키고 어렵게 마련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그는 재취업을 향한 처절한 전쟁을 시작한다.
영화는 만수가 재취업 경쟁에 뛰어들면서 점점 극단적인 선택에 몰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내적 갈등은 관객을 긴장감 속으로 끌어들인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아이러니한 유머가 가미되면서, 절박함 속에서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세계가 먼저 주목한 신작인 만큼 '박찬욱'이란 이름값을 했다는 의견이 모아진다. 절박함이 밀어붙인 선택과 그 속의 우스꽝스러운 아이러니를 통해, 현대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를 예리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가원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과 무대에 오른 배우들을 비롯해 당대 최고의 영화인들이 완성한 작품"이라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과시한 이 영화 개막작으로 선정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제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다. 오래 걸린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선보이게 되어서 감개무량하고, 부산영화제가 오랫동안 해온 가운데 30주년 개막작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개막식에 참석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박 감독 만큼은 아니겠지만 촬영을 마치고 이렇게 기대하며 기다린 작품이 또 있었나 싶다. 너무나 기다렸던 영화다. 개막작으로 제 작품이 상영된 적 있었나 찾아봤더니 없더라. 제 작품 중 첫 개막작으로 오게 되어 더 기대되고 떨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은 작품에 담긴 의미와 한국 영화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을 설명하며 "이 영화를 보며 관객은 영화인들의 삶을 떠올리진 못할 듯하다. 각자 자신의 직업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원작 소설에서 종이 만드는 일을 인생 자체라고 말하는 주인공들에게 쉽게 감정 이입이 됐다. 영화라는 것도 어찌 보면 2시간짜리 오락거리일 뿐인데, 그 안에 가진 것을 다 쏟아 인생을 통째로 붓고 일한다는 점에서 동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해외 영화제에서도 영화에서는 제지업이지만, 우리 또한 위기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며 "특히 극장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AI에 대한 위협도 충분히 실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현실 사이에 많은 공통점을 느꼈다"고 밝혔다.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손예진은 업계의 현실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불안함이 있다"며 "이번 작품이 7년 만에 하게 된 영화라 의미가 컸다. 앞으로 박찬욱 감독 같은 분들이 계속 작품을 만들어 주셔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박희순은 "영화배우로 살아왔지만 '영화만 기다리다 굶어 죽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영화만 고집해선 살기 어려울 정도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이 반응하고 산업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이성민은 "언젠가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기면 저희 직업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의 두려움이 이번 영화의 메시지와 닿아 있다. 우리가 모두 극중 인물들처럼 실직의 공포를 겪을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산업이 위기인 건 맞다"라면서도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영화의 참맛을 알게 됐다. 정성과 공을 들이면 결국 관객들이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열흘간의 여정에 들어갔다. 올해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영화제 측은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를 목표로 내세웠다. 폐막식은 오는 26일 열린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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