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없고, 反사회 행동까지…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으로 분류
현재 약물-행동치료 병행하지만, 증상 완화 노력일 뿐 치료 어려워
최근 연구에서 뇌 공감 회로 발견… 공감력 키우는 새 치료 가능할 것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1000여 년 만에 인간 세계로 돌아온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인간 기가영(수지)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여주인공 가영은 사이코패스다. 가영은 공감 능력이 없어 어릴 적부터 살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 가영의 존재를 두려워한 그의 부모는 딸을 두고 멀리 이민을 떠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증상으로는 타인에 대한 무시 및 착취, 반사회적 행동, 충동성과 무책임함, 자기중심적 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감 능력의 부재로 인한 증상들로 보인다.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나 타인에게 일어날 결과를 무시하고 후회나 죄책감 없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거짓과 조작을 일삼는다.
정확한 통계는 알기 어렵지만 전 세계 성인 인구의 2∼5%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결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2∼6배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발병률이 높은 나이대는 24∼44세다. 45세 이후에는 발병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구에선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40∼80%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추정치도 내놓았다.
이렇듯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고 있고, 많은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드라마 주인공 가영의 경우처럼 이 질환은 갖은 노력에도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여겨져 왔다. 치료를 한다 해도 이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한 노력이지 질환을 근본적으로 고치지는 못한다.
다행스럽게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회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회로의 기능이 손상되면 타인의 감정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약화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뇌의 공감 회로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 뇌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공감 능력을 키우는 치료가 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상된 뇌의 공감 회로를 회복할 수 있다면, 드라마 속 가영은 더 이상 위험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또 그녀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도 해소가 될 것이다. 드라마에선 끈질긴 애정으로 가영을 키운 할머니의 숭고한 사랑이 가영이 비교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현실에선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의 가족과 주변인은 극심한 고통 속에 산다. 그러나 뇌과학은 이제 그 고통을 단지 인내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뇌 연구에서 계속 발전이 이뤄진다면 공감 능력을 키우는 새로운 치료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 우리는 부쩍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와 자극으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도 하고,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특히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은 환자 본인보다 주변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이러한 어려움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은 환자의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더욱 큰 절망감을 준다. 범죄의 증가도 사회적 문제다.
인간의 감정, 특히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가영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치료할 수 있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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