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심장을 총알이 꿰뚫었을 때? 맹독 버섯수프로 목숨을 잃었을 때? 아니,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때다.”
―오다 에이치로(尾田榮一郞) ‘원피스’ 중
조욱형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PD
1997년부터 연재돼 지난해 기준 5억 부 이상을 판매하며 살아있는 전설이 된 일본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근거 없는 의술로 사람들을 치료하는 닥터 히루루크가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이 말은 원피스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다. 이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방송인 박명수다.2015년 ‘무한도전 가요제’를 마치고 일주일 뒤 한 방송국 대기실에서 그를 만났다. 당시 그는 가요제에서 가수 아이유와 부른 ‘레옹’으로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형은 참 운도 좋아요.” 내가 건넨 말에 그는 진지해졌다. “운인 것 같지? 내가 어떻게든 (2011년엔) 지드래곤, (이번엔) 아이유랑 같이 하겠다고 들러붙은 거야. 나이 많다고 그냥 나이 많은 사람으로 머물면 안 돼. 어떻게든 젊고 잘되는 애들하고 같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돼.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찾아. 연예인은 눈에 띄지 않고 잊혀지면 끝이야.”
순간, 닥터 히루루크의 대사가 떠올랐다. 맞다. 돌이켜보면 박명수는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인기가 치솟을 때에도 디제잉을 배우고 노래를 만들어 대학축제와 지역 행사장을 누볐다.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서 세상의 망각 가능성에 맞서 싸운 것이다.
올해로 55세인 그는 여전히 디제잉으로 축제 현장을 누비고, 유튜브와 각종 예능에 출연하고 있다. 어느덧 나는 10년 전 그의 나이와 비슷해졌다. 그리고 잊혀지는 두려움에 맞섰던 그의 용기를 다시 떠올린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는다. 그러니 지금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