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선두 주자인 일라이릴리의 미국 공장을 인수한다. 셀트리온은 이곳에서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베그젤마 등 항암제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중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가장 선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현지 생산에 들어갈 경우 관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 부담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있는 항체 의약품 제조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일라이릴리와 가격 및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배타적 협상권을 확보했다. 시장에선 이변이 없는 한 셀트리온의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릴리와 오는 10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기존 공장의 생산·개발 인력은 대부분 그대로 인수하기로 했다. 공장 인수 가격은 7000억원으로, 인수 후 증설에 3000억~7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최종 투자 규모는 최대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측은 그러나 "협상이 마무리될때까지 협상 대상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내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은 물론 포장 및 물류 거점까지 갖추게 된다. 내년 4분기부터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주력 제품의 현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후 5년간 릴리의 바이오의약품을 독점적으로 위탁생산(CMO)할 것으로 알려졌다.
릴리는 젭바운드, 마운자로 등 비만·당뇨 치료제를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 시가총액 1위(약 927조원)를 기록 중인 미국 제약사다. 항체 치료제 대신 펩타이드 약물, 저분자화합물, 핵산 치료제 등에 집중하기 위해 뉴저지 공장 매각에 나섰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올초부터 미국 공장 인수를 타진했다.
특히 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다음 정부 출범에도 바뀌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지난 4월부터 임원들을 미국에 급파해 현지 매물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최혜국 수준의 관세 15%를 부과 받더라도 한국 바이오시밀러의 수익성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둘러 현지 생산 기지 마련에 나선 것이다. 현지 공장 인수는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시간과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를 계기로 현재 매출의 30%비중인 미국 사업의 규모를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안대규/김유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