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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16일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이날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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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이다. 헌정 사상 첫 청문회는 그해 6월 26∼27일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열렸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공직자가 감당할 자질과 도덕성, 정책 능력을 국민 앞에 검증하자는 것이다. 탐관오리(貪官汚吏)가 될 만한 사람을 미리 걸러내자는 취지다.
언제부터인가 인사청문회는 요식 행위로 변질됐다. 통과가 목적이고, 검증은 구색에 불과하다. 자료 제출은 불성실하거나 거부되고, 증인 채택은 정치적 다툼 끝에 줄줄이 무산된다. 후보자들은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듯 뻔뻔한 태도로 일관한다. 여당은 방어에만 적극 나서고, 야당은 실질적 검증보다 언론플레이에 집중한다. 결국 청문회장은 무책임한 폭로와 반격이 오가는 공방의 무대로 전락하고 있다. "어차피 임명된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그 제도는 국민에게서 멀어질 뿐이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슈퍼위크' 청문회에서도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닷새간 인사청문회 18건이 예정돼 있지만, 증인은 거의 없고 제출된 자료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에 대한 증인 채택은 여당 반대로 무산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의 개인정보를 이유로 대부분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논문 표절과 연구윤리 위반 논란이 불거진 이진숙 후보자는 단 한 명의 증인만 참석한다. 여당은 방어막을 치는데 몰두했고, 야당은 전략 없는 여론전에 머물렀다. 허울뿐인 맹탕 청문회가 반복됐을 뿐이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공직 후보자는 연방수사국(FBI) 신원조회와 국세청 세무조사, 백악관 인사국 검증을 받아야 한다. 200개 넘는 항목을 사전에 검증하며, 의회는 수개월에 걸쳐 청문회 준비를 한다. 증인 출석은 강제되며, 불성실한 답변은 '의회모독죄'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지명자는 청문회 준비만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청문회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권력을 검증하는 엄숙한 절차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정치의 태도다.
청문회가 제 기능을 상실한 지금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공직 후보자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에선 34명의 공직자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위공직자 29명의 임명이 강행됐다. 실효성 있는 청문회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증인 출석을 의무화하고, 자료 제출 거부 시엔 청문회 연기나 후보 사퇴를 유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관행도 제한해야 한다. 지금의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만 높이는 저질 정치쇼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6일 07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