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혼돈의 시대에 안전자산은 어디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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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Sell) 아메리카'로 美달러·국채 등의 위상에 상처

무리한 관세 지속되면 시장 충격·머니무브 발생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안전자산이란 말 그대로 안전한 자산이다. 투자했다가 원금을 떼일 가능성이나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지칭한다. 통상 금이나 채권, 미국 달러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왔다. 반대로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은 가격 등락이 심해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시장이 안정적인 시기엔 '고위험 고수익'의 법칙이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불확실성이 큰 시기엔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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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상승세 지속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 금값이 온스당 3천200달러대로 올라서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고 있는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 본점 직원이 진열된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2025.4.14 hkmpooh@yna.co.kr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으로 안전자산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금 외에 여타 안전자산의 위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구가하던 미국 주식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래 미국 달러와 국채 등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상호관세 발효 직후엔 미국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국채가격 하락)했다. 자금시장에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에 더해 관세로 인해 미국 내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위축돼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자산의 약세 현상은 아직 초기에 불과하니 안전자산이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무너졌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부메랑이 돼 미국 금융시장과 미국 경기에 타격을 주면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안전한 자산, 기축통화라는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 경제를 침체의 나락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향을 종잡을 수 없고 경기에 타격만 주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선 미국 달러나 국채를 대신할 안전자산을 찾아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도 있다.

미국 달러와 국채에 몰리던 자금의 이동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동안 미국 달러가 안전자산 또는 기축통화로 작용했던 국제 금융시장의 대전제가 달라진다면 그에 따라 금리와 환율, 주가 등 가격변수는 물론 실물경제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여파는 대혼란을 초래하겠지만 대응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달러 가치의 상승세가 진정되면 오르던 수입 물가도 하락하고 자금 유출 우려도 줄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이 줄겠지만, 반대로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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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강세, 환율 하락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되자 전장보다 23.17포인트(0.95%) 오른 2,455.89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25.8원 내린 1,424.1원. 2025.4.14 seephoto@yna.co.kr

상호관세 유예를 트럼프 관세정책의 변곡점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이 교역상대국과의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가 자국 경제에까지 타격을 주는 관세 무리수를 더 키우긴 어려울 것이란 근거에서다. 하지만 트럼프가 반도체 품목 관세를 다시 들고나오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데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통화가치를 활용하는 대응으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수도 있다. 국제무역 질서는 물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까지 흔들 혼란과 충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시기에 손실을 피할 안전한 피난처는 어디에 있을까.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16일 06시2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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