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어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런 방침을 정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날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도 내년 정원 동결에 합의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했다. 오늘 정부의 공식 발표를 봐야 하겠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의대생들이 3월 내 전원 복귀하면 2026학년도 정원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원을 동결할 경우 의대생을 반드시 복귀시키겠다”는 총장·의대 학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유급시키겠다는 원칙 대응에 대부분 의대생이 돌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가 ‘등록 후 수업 거부’라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무늬만 복귀인 셈이다.
양오봉 의총협 공동회장(전북대 총장)에 따르면 전원 복귀해 정상적인 의대 수업이 이뤄지는 곳은 서울대뿐이라고 한다. 연세대, 고려대가 절반 수준이고 나머지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일부 의대에선 제적과 유급을 피하기 위한 온갖 꼼수가 난무하고 학교 측도 이를 눈감아 주고 있는 게 현실인데, 정부가 동결 확정으로 또 어물쩍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오히려 이른바 강경파의 기세만 올려줄 가능성이 크다. 증원은 물론 의료 개혁 모두를 원점으로 되돌리라는 전공의, 의대생에게 1년 넘게 끌려다니다가 이제는 아예 읍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리 직역집단 영향력이 세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시작한 의료 개혁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은 변함없다. 그런데 이렇게 일관성과 신뢰성이 흔들리는 정부가 어떻게 개혁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대학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의대생들에 대한 학칙을 벗어난 특혜는 더는 없어야 한다. 자기 행동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