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다이아몬드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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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6 17:44 수정2025.04.16 17:44 지면A31

[천자칼럼] 다이아몬드의 위기

1971년 나온 여섯 번째 007시리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의 마지막 007 작품이다. 시(詩)적 제목에서 우러나는 각인 효과가 커 영화 애호가가 아니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사실 이 작품명은 마케팅 역사에 남을 광고 카피가 오리지널이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가 1947년 이 광고를 시작해 2016년 중단했다. 다이아몬드가 언제부터 ‘보석의 왕’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영원히 빛날 것 같았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다이아몬드가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맞은 82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다이아몬드 시장이 휘청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유통 허브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다이아몬드 하루 배송량은 지난 2일 미국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이전보다 약 85% 급감했다.

이렇게 된 것은 다이아몬드가 구리 등 핵심 산업용 광물과 달리 상호관세를 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 원석의 90%가 일단 인도로 들어와 폴리싱(연마)을 거친다. 이 공정이 이뤄진 국가를 완제품의 원산지로 친다. 미국이 인도에 책정한 관세율은 26%에 달한다.

다만 아직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2022년 3월 10일 최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탓에 악재에 둔감해졌다는 분석이다. 실험실에서 배양·제조하는 다이아몬드의 등장, 세계 2위 시장 중국의 혼인율 하락 같은 구조적 변화 영향이어서 도무지 반전의 기미가 안 보인다.

백화점 유리 넘어 ‘선망의 대상’ 다이아몬드와 달리 돌잔치에 올릴 정도로 대중적인 금은 욱일승천 중이다. 뉴욕상품거래소 선물(6월 인도분)이 이달에만 4.3%, 올해는 24.7% 뛰었다. 이런 장면을 대체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시장에선 무슨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기업인, 투자자 등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길 법한 시기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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