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영국 다음 중국…우리 차례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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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8일 영국과 무역 협상에 합의했다. 영국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늘리기로 노력하는 대신 미국이 영국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25%에서 10%로 내리는 등 관세를 일부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지난달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했다가 90일간 유예한 뒤 18개 주요 교역상대국과 동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그중 영국이 합의에 도달한 첫 사례다.

미국은 이어 지난 12일 중국과의 첫 무역협상에서 향후 90일간 상호 부과했던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내리고 협의체를 만들어 세부 사항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도 협상 과정이 난항을 겪을 소지는 다분하지만, 상호 보복관세를 물리며 충돌했던 양국이 협상의 발판과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주가가 상승하는 등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미지 확대 중국과의 협상결과 발표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의 협상결과 발표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상호관세 유예 후 약 1개월 만에 첫 합의 사례가 나온 것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속도감 있는 진행의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1기 때 진행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취임 후 1년간 사전조사를 거쳤고 첫 관세부과로 포문을 연 뒤 약 2년간 관세율 인상과 유예, 협상의 긴 과정을 거친 뒤에야 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2기의 무역협상이 빠르게 협상과 합의 국면으로 접어든 배경엔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 내 경기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3%로 역성장했고 인플레로 침체 우려가 커지는 등 국내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이어서 주요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신속하게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열린 '2+2 통상협의'에서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초까지'패키지합의'를 추진하기로 한 뒤 현재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다. 사실 영국은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교역상대국이 아니었기에 압박과 협상의 강도가 주요 무역 적자국과 같지 않고, 중국과의 합의도 협상을 진행할 90일 휴전에 불과하므로 두 나라와의 합의는 미국이 서둘러 포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입장에서 8위의 무역적자국인 만큼 앞서 합의를 이룬 상대국과 달리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에서 고강도의 압박과 요구사항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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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2 통상협의 시작

(서울=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2025.4.24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kmpooh@yna.co.kr

어차피 내달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서두르지 말고 미국 측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다른 나라들의 협상 결과까지 참고해 차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관세와 상호관세에 품목별 관세까지 적용받아야 하는 우리는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와 현지 일자리 창출을 지렛대로 삼아 최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은 새로 출범할 정부의 첫 과제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얼어붙은 국내외 경기 상황을 극복하고 온기를 불어넣을 새 정부의 협상 결과와 경제정책이 절실한 때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3일 15시1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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