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것이 정상이다[서광원의 자연과 삶]〈113〉

2 weeks ago 6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우리는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 이 귀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말할 것도 없이 머리의 양쪽, 얼굴 옆이다. 우리가 아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니,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이다.

세상 모두가 다 아는 걸 굳이 묻는 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덩치가 좀 있는 동물에게 주로 해당되는 일일 뿐, 요즘 같은 가을이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귀뚜라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의 귀는 우리 식으로 하면 무릎쯤에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반응이 튀어나온다. “진짜요? 왜요?” 말도 안 된다는 표정 역시 똑같다.

호기심은 부풀릴수록 재미있는 법. 이런 반응이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면, 대답 대신 한술 더 뜬다. “그런데 귀는 꼭 두 개여야 할까?” 너무나 당연한 걸 다시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머리 옆에 있어야 할 귀가 다리에 있다니, 이번 질문도 심상치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사마귀는 귀가 하나야”라고 말하면, 다시 한 번 같은 반응이 날아든다. “진짜요? 왜요?” 호기심 반,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반이다. 이런 혼란스러움을 과학으로 이끄는 질문이 이럴 때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귀는 왜 머리 양옆에 있을까?”

과학을 조금 아는 이라면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맞다. 덩치가 좀 있는 경우, 귀가 머리 양옆에 있는 게 효과적이다.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위치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어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긴 다리를 가진 귀뚜라미에겐 귀가 어디에 있어야 효과적일까? 이들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1억 년을 훌쩍 넘어가는데, 그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위치였다는 건 지금의 위치가 가장 적합하다는 뜻이다. ‘사촌’인 여치 역시 무릎에 귀가 있다. 물론 이 역시 당연한 것은 아니다. 메뚜기와 매미의 귀는 배에 있으니까.

그럼 사마귀의 귀는 왜 하나일까? 사마귀는 비행을 거의 포기하고 땅 위 생활에 비중을 두는 생존 방식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었지만, 지상에는 포식자가 많다. 그래서 개발한 대비책이 ‘즉각 비상 탈출’이다. 위험하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급전직하 낙하한다. 이들에겐 빠른 추락이 곧 전략이다. 몸이 가벼우니 추락사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히 효과적이기에 굳이 두 개의 귀를 가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겐 이들이 이상하지만, 이들의 시선에서 보면 다르다. ‘왜 귀를 머리에 달고 있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상하다’는 건 특정한 관점을 전제한다. 자신의 관점을 정상이라고 여기면 다른 것은 이상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연은 다르다. 자연에는 이상한 것이 없다. 오직 ‘무엇이 더 살아있음에 유용한가’만 있을 뿐이다. 삶이 다르면 살아가는 방식은 물론 신체 역시 다른 게 당연하다. 무한한 다양성은 이런 결과다. 이상한 것이 곧 정상인 것이다. 어떤 특정한 관점만을 고수하는 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이보다 위험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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