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네, 왜 이렇게 숨이 차지?'…암보다 무서운 병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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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2023년 기준)이다.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73%인 것을 고려하면 폐동맥 고혈압이 암보다 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란 의미다. 전문가들은 질환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환자가 꼭 필요한 치료제를 쓸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폐동맥 고혈압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20년 3175명에서 지난해 3852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계에선 인구의 1%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인구를 고려하면 50만 명 정도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숨이 차지?'…암보다 무서운 병 뭐길래

정욱진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는 “고혈압은 전신 순환계, 폐 고혈압은 폐 순환계 압력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완전히 다른 질환”이라며 “국내 생존율이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진료 환자의 28%는 5년 안에 세상을 떠난다”고 했다.

고혈압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 내 혈압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폐 고혈압이 있으면 폐로 혈액을 보낼 때 혈압이 높아진다. 폐 고혈압의 한 형태인 폐동맥 고혈압은 폐소동맥이 서서히 막히는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이 있으면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 폐동맥 고혈압 사망 환자 중 돌연사 비율은 26%에 이른다.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을 고려하면 환자 10명 중 3명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순환기계의 암’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주로 40대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폐동맥 고혈압이 있으면 심장의 우심실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심실 내 압력이 올라가면 혈류가 정체돼 소화 기능이 떨어지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이 생기기 쉽다. 40대 여성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계속 차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이 이어진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해봐야 한다.

환자가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숨이 찬 증상 때문에 15m 정도 거리의 횡단보도도 신호 안에 건너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환자들은 ‘항상 물고문을 당하는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집안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것처럼 단순한 행동도 이들에겐 10㎞ 마라톤을 뛰는 것 같은 고강도 활동이 된다. 피곤함이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거쳐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약물 치료를 받게 된다. 약을 통해서도 효과가 없으면 폐 이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1980년대엔 질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고 진단이 많이 늦어져 국내 환자 생존율이 34%에 불과했다. 최근 생존율이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본(96%), 대만(78%) 등에 비해선 낮다. 전문가들은 환자 치료를 위해 효과적인 신약이 국내에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30년간 4개 기전의 13종류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이 중 국내엔 60%만 도입됐다”며 “생존율을 크게 높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플로란(성분명 에포프로스테놀)이 1995년 개발됐지만 아직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 플로란을 쓸 수 없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뿐이다.

그는 “희귀 의약품은 다른 국가에서 약값이 깎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다”며 “해외 기업의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해서도 신약 도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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