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할께요/어찌할고/그럴 쏘냐,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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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일 전화할게, 합니다. 이때 표기는 할게 하지만 읽기는 할께 한다고 지난 글에서 밝혔습니다. 재론하는 이유는 [할께]로 쓰는 실수가 되풀이되어서입니다. 더러 '할 게' 하는 오류도 나타납니다. 이 게가 것과 관련 있으리란 짐작에서 비롯된 잘못일지 모릅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ㄹ게]는 어간에 붙는 어미라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하다 → 할게, 가다 → 갈게, 걷다 → 걸을게, 하는 식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53항을 들여다봅니다. 'ㄹ'로 시작하는 어미는 된소리로 소리가 나더라도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는다는 원칙을 안내합니다. 그냥 예사소리로 적는다는 겁니다. [(으)ㄹ게](이하 (으) 생략)가 딱 그런 예입니다. 여기 열거하는 낱말 모두가 그처럼 어간에 붙는 어미라는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ㄹ거나] [ㄹ걸] [ㄹ세] [ㄹ세라] [ㄹ수록] [ㄹ시] [ㄹ지] [ㄹ지니라] [ㄹ지라도] [ㄹ지어다] [ㄹ지언정] [ㄹ진대] [ㄹ진저] [-올시다].

이미지 확대 한글 맞춤법 제53항 해설

한글 맞춤법 제53항 해설

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 규범 설명 자료 이미지 갈무리

쓰임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몇 어미로 활용하여 봅니다. 그럴걸/아닐걸 합니다. 발음은 그럴껄/아닐껄이지만 쓰기는 그렇게 예사소리로 씁니다. 그럴 것이다 하고 추측하는, 예스러운 말로 [그럴 걸세] 합니다. 볼수록 매력이 있다고도 하고요.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 말을 믿고 싶다' 할 때도 아닐찌라도로 발음하지만 아닐지라도로 씁니다. 무모한 행동일지언정 용감한 행동은 아니다 하는 말도 합니다. 뒤 절을 강하게 시인하기 위하여 뒤 절의 일과는 대립적인 앞 절의 일을 시인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라고 사전은 [ㄹ지언정]을 풀이합니다. 아니올시다 합니다. 이 역시 아니올씨다로 발음하지만요.

예외가 없을 리 없습니다. 'ㄹ'로 시작하는 어미 중에서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들은 된소리로 적는다는 규정입니다. '오늘 어디 갈까?' 합니다. [ㄹ까]는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가 맞네요. 소리나는 대로 된소리를 씁니다. '점심밥상, 기회 보아 올릴깝쇼?'에서 보이는 [ㄹ깝쇼]도 이에 해당합니다. '갈 데도 없는데 나는 어디로 갈꼬?'의 [ㄹ꼬], '내가 네게 질쏘냐?'의 [ㄹ쏘냐], '내 마음 아실 이, 누구일쏜가?'의 [ㄹ쏜가]도 있습니다. [ㄹ까] 뻬곤 다들 쓰임이 적습니다. 다만 옛말 대화가 나오는 책들에선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그런 책을 만나 이들 쓰임을 보면 이젠 '이 일을 어찌할꼬' 하며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찌하다'는 한 단어입니다. 그것에 어미 [ㄹ꼬]가 붙어서 어찌할꼬 합니다. 의문은 남습니다. 어떻게 할까 하는 느낌으로 어찌 할꼬 하면 띄어 써도 되지 않겠느냐는 점에서입니다. 그런데도 맞춤법 교정기는 '어찌할고도, 어찌할 꼬도 아니지만 어찌 할꼬 역시 아니올시다!' 하고 지속해서 가르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어찌할꼬' 설명 포함)

1. 한글 맞춤법(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 규범) - https://korean.go.kr/kornorms/regltn/regltnView.do?regltn_code=0001&regltn_no=273#a273

2.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4. 참고로 '어찌할꼬'는 그렇게 붙여 쓰는 것이 바르다고 합니다. '어찌하다' 활용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찌를 부사로 보고 하다 동사를 활용하여 할꼬 해서 '어찌 할꼬' 해도 문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30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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