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통사들 번호이동 두고 대혈투
- 전세 사기에 빌라 시장 초토화
- 가게들 불경기 직격탄 맞아
- 여야 없이 문제 발언에 융단폭격
- 그 기록이 스모킹 건
- 검찰개혁 속도전
- 7월이 마지노선
대혈투 초토화 직격탄 융단폭격…. 말들이 그야말로 살벌합니다. 대혈투는 이동통신사들의 극심한 경쟁 양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 사기로 빌라 수요가 급감한 것을 두고 초토화됐다고 했고요. 불경기 직접영향으로 가게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하여 직격탄을 맞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여야 없이 다수가 문제 발언에 비판을 쏟아냈다는 맥락에서 융단폭격이라고 썼고요. 그 기록이 범죄·사건 따위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확실한 증거여서 스모킹 건이라고 했을 겁니다. 속도전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낸다는 뜻이겠고요. 마지노선은 늦어도 7월까지 뭔가 목표한 바를 끝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네요. 원래 마지노선은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가 대(對)독일 방어선으로 국경에 구축한 요새선입니다. 1927년 당시 육군장관 마지노가 건의하여 1936년 완성했으나 1940년 5월 독일이 이 방어선을 우회하여 벨기에를 침공함으로써 쓸모없게 됐다고 합니다. 최후 방어선 개념으로 흔히 쓰이지만 최전선의 일차 저지선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쓰임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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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 홈페이지 캡처
비유하는 언어가 더 적나라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시한 낱말들을 동원하는 것도 그런 의도에서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지나침은 모자람과 똑같이 별로입니다. 전쟁용어로 분류해도 과장이라 하기 힘든 단어들입니다. 오·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잖아도 무한경쟁에 찌든 하루하루가 버겁습니다. 무시로 만나는 글조차 무시무시한 말들에 찌들어있다면 읽는 이들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바꾸어봅니다. 이통사들 번호이동 두고 대혈투 → 이통사들 번호이동 경쟁 과열 / 전세 사기에 빌라 시장 초토화 → 전세 사기에 빌라 수요 급감 / 가게들 불경기 직격탄 맞아 → 가게들 불경기 직접영향 영업난 / 여야 없이 문제 발언에 융단폭격 → 여야 없이 문제 발언 집중 비판 / 그 기록이 스모킹 건 → 그 기록이 결정적 증거 / 검찰개혁 속도전 → 검찰개혁 가속 / 7월이 마지노선 → 늦어도 7월까진 종결.
고쳐 쓴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저마다 고민이 필요합니다. 뜻만 잘 전달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더 나은 표현으로 다듬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평양냉면 같은 '순한 맛'도 더러 나쁘지 않을 텐데요. 자살골, 폭탄 맞은 듯, 등에 칼을 꽂아, 강타, 경악, 충격 등 여러 글에서 보이는 '쏘는 맛'은 그 밖에도 부지기수로 여전합니다. 국립국어원이 2013년 낸 작은 책자『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의 조언을 경청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 가상 공간에서 특히 언어폭력이 심각한 수준인데, 언론이 어느 정도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신문에서 폭력적이고 과격한 언어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권고가 신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만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 2013, p. 81. '과격한 표현' 해제 인용
2. KBS월드라디오 한국어배우기 마지노선, 보이콧 - https://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344336
3. 중앙일보, 프랑스 "마지노선' 의미 잘못 알려져…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입력 2017.07.21 17:13 업데이트 2017.07.22 12:14)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778775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5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