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전중후 상중하 장중단, 그때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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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글을 제 것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옮기면 안 된다. 출처를 밝히고 인용도 원본에 충실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지면 제약이 있다면 줄여야 한다. 앞쪽을 줄이면 전략, 중간 부분을 생략하면 중략, 뒤 내용을 버리면 후략이라 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윗부분을 줄이면 상략이고 아랫부분을 줄이면 하략이다.

책을 세 권으로 나눠 내거나 글을 세 영역으로 쪼개어 쓰면 각각 상권 중권 하권, 상 중 하라고 이름하거나 순서를 매긴다. 원래 상중하는 위 가운데 아래 셋으로 등급을 나눌 때 쓰는 게 제격이긴 하다. 상품 중품 하품 하고 나눠야 물건도 물건 나름 제값을 받는다.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그래야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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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정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캡처

예전에는 대하소설이 제법 읽혔다. 짧은 영상의 홍수로 단편 소설조차 외면받는 지금과는 달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실린 해설을 따른다면 단편은 200자 원고지 150매 안팎 길이다. 3.5매를 책 한 쪽으로 치면 43쪽이다. 같은 기준으로 줄잡아 60∼150쪽 길이이면 중편이고, 이를 훌쩍 넘기면 장편이다. 이 분류로 보아 대하소설은 당연히 장편이다. 사람들의 생애나 가족의 역사 따위를 사회적 배경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포괄적으로 다루는 유형이라는 게 사전의 정의다.

장강명 작가의 신작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작가의 벽돌책(벽돌처럼 두꺼운 책) 100권 독서 기록을 묶었다. 책 읽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고 줄거리로 독서를 대신하고 아는 척하는 이 시절, 장 작가 인터뷰 기사(주간경향 3월호) 한 토막은 인상적이다. "벽돌책 완독은 다른 행위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의 사고체계에 가해지는 일종의 충격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은 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올봄, 충격받기 딱 좋은 때 아닐까?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주간경향 2026년 3월 1672호 문화(박송이 기자), 장강명 "벽돌책 돌파하기, 생각보다 괜찮다" 인터뷰 기사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 - 대하소설, 장편소설, 중편소설, 단편소설 정의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03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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