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박귀임 기자] 전국에 방치된 빈집이 160만 채에 육박한다. 국가데이터처 주택총조사 집계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2021년 139만 채에서 2024년 159만 채로 해마다 증가했다.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에서는 집 한 채, 한 채가 무너져 가고 있다. 반면 쉴 공간을 찾아 도시를 벗어나려는 이들은 넘쳐난다. 이 기묘한 공간의 불균형을 10년째 정면으로 맞서온 스타트업이 있다. 유휴공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다자요(DAZAYO)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 출처=IT동아
2015년 제주에서 법인을 설립한 다자요는 버려진 빈집을 감성 독채 숙소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LG전자, 일룸 등 대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물론 배우 류승룡, 유리(소녀시대) 등과 함께 이른바 '취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창업 초기 '기업형 불법 무인텔 업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459일이라는 긴 영업 정지를 버텨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를 만나 창업부터 최근 추진 중인 '스마트 산림형 쉼터'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떠난 고향 제주 다시 보다
제주 출신인 남성준 대표는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에 취업했다. 정작 고향을 벗어나고 나서야 제주의 낡은 돌담집과 하천 기암괴석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사업을 결심한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남성준 대표는 "멋진 풍경이나 사물이라도 매일 보면 그 가치를 모른다. 주변에 오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정작 모르는 것처럼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남성준 대표의 다른 시각은 창업의 씨앗이 됐다. 2015년 법인을 세우고 제주 지역의 빈집을 10년 무상 임대 방식으로 받아 리모델링한 뒤 숙박업을 운영하는 모델을 고안했다. 집주인 입장에선 방치된 집을 고쳐 돌려받을 수 있고, 다자요는 운영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초기 자금을 마련해 2018년 제주 도순돌담집을 처음으로 열었다.
다자요가 운영하는 고산도들집 전경 / 출처=다자요
남성준 대표는 "오래된 기둥과 돌담을 그대로 살리고, 누구나 원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비가 와도, 날이 좋아도 좋은 그런 공간을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모범 사례에서 불법 업체로 전락
첫 번째 빈집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두 번째 집을 준비하던 2019년, 날벼락이 떨어졌다. 다자요가 농어촌민박업 위반을 했다는 것. 농어촌민박법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숙박업 운영 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며 운영해야 한다. 다자요처럼 빈집을 임차해 운영하는 형태는 법 어디에도 허용 근거가 없어 불법으로 간주됐다.
남성준 대표는 "빈집으로 숙박업을 하는 법령이 없어서 만들어 달라고 정부부처에 말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농어촌민박법은 빈집 문제가 없던 시절인 1990년대 만들어졌지만 시대가 달라졌어도 이를 따라야 했다"고 털어놨다.
다자요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와 농어촌민박협회의 반발 속에 영업이 정지됐다. 459일 동안 경찰 조사를 받고, 직원의 60%를 내보내야 했다. 성장 자금으로 받은 투자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대출은 버티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남성준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를 벗어나면 0에서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미 회사는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만신창이가 된 데다가 기존에 운영했던 빈집 재생 숙소 4채는 소급 미적용이라는 과도한 부가조건까지 생겼다. 빈집 재생 숙소는 50채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부가조건도 있었다. 이로 인해 투자받기가 힘들어졌다. 규제샌드박스까지의 17개월과 다시 빈집을 재생하기까지 또 다시 17개월이 흘러서야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자요 공식 홈페이지 / 출처=IT동아
아이러니하게도 다자요는 한때 정부가 가장 주목한 기업이었다. 다자요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뿐만 아니라 신용보증기금의 신보Nest기업과 제주개발공사 최우수 창업기업,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예시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자요의 규제 문제가 불거지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남성준 대표는 "규제 개선 도중 관광벤처에 선정됐으나 지원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혁신 사례라고 했지만 하루 아침에 불법 업체로 전락해버렸다"며 씁쓸해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지지는 컸다. 언론이 빈집 문제를 집중 조명했고, 일반인들의 응원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금전적 지원이 이어졌다. 결국 2020년 9월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자로 지정됐다.
남성준 대표가 강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선도 기업에 대한 보상이다. 영업 정지부터 규제 샌드박스 통과, 그리고 부가조건을 맞추면서 다시 사업을 재개하기까지 총 34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성장 자금은 버티는 데 소진됐고, 투자사들은 등을 돌렸다. 그는 "우리는 정부 대신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R&D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허가는 혜택이 아니다. 민간이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제도화까지 이뤄냈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따라야 혁신적인 시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 벽 속 비즈니스 모델 진화
지금도 규제의 벽은 계속된다. 1가구 2주택 문제가 대표적이다. 남성준 대표는 "정부는 지방 세컨드홈 정책을 통해 농어촌 빈집 구매 시 세제 혜택을 약속했지만, 대출 규정은 여전히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지방 빈집을 매입하는 순간 1가구 2주택이 돼 기존 아파트 담보 대출을 전액 상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면서 "정책 간의 정합성이 부족한 데다가 부처간 협의와 실행까지 매끄럽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1가구 2주택에 그치지 않는다. 빈집을 재생하는 과정 자체에도 불합리한 규제가 촘촘히 박혀 있다. 증축을 하려면 도로 폭이 4~6m 이상이어야 하는데, 시골 골목길 대부분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화장실을 실내로 들이기 위해서는 증축이 필요해지고, 증축을 하자니 도로 폭에 걸리는 식이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 출처=IT동아
남성준 대표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위해 파고들수록 불합리한 것들이 계속 나온다. 빈집을 재생하는 민간 비용을 낮추거나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자요는 농림부·기획재정부 빈집 정책 수립의 기준이 되는 기업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 갔다. 현재 전국 13채를 기획·시공했고, 여러 지자체의 견학 및 자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다자요의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재비와 인건비가 2배 이상 오르면서 10년 무상 임대 모델은 내려놨다. 이제는 빈집 소유주가 자금을 대고, 다자요가 기획·운영을 맡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전환했다.
남성준 대표는 "셀럽인 류승룡, 유리 등이 좋은 취지로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며 "그렇게 만든 공간을 셀럽 팬과 나눌 수도 있고, 나중엔 STO(조각투자)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자요는 누구나 원하는 공간을 만든다 / 출처=다자요
사실 다자요의 파급력은 숙소 개수보다 지역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제주 월령 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곳의 방치된 빈집이 다자요의 감성 숙소로 바뀌고 고객이 몰리기 시작하자 인근 빈집도 하나씩 정비됐다. 빈집 소유주 사이에서도 '뭔가 해보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남성준 대표는 "되는 것을 먼저 보여주면 확산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빈집 재생 프로젝트로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자요의 숙소는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다. 빈집을 재생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일룸의 침대에 누워볼 수 있다. 실제 생활 공간에서 체험하는 쇼룸으로도 기능하는 셈이다. 코베아, 노루페인트, 이브자리 등도 경험 마케팅 공간으로 다자요 숙소를 활용한 바 있다.
또 다자요는 제주 지역 특산물을 웰컴키트로 제공하고, 태블릿을 통해 구매 링크를 연결하는 '로컬 커넥트' 모델도 운영 중이다. 매출의 1.5%를 마을에 기부하는 지역 상생 원칙 역시 지키고 있다.
숲속 스마트 쉼터로 또 다른 도전
다자요가 새롭게 꺼내 든 카드는 '스마트 산림형 쉼터'다. 산림청·LG전자와 손잡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숲속에 친환경 모듈러 주택을 설치, 숙박 영업과 탄소중립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자요와 LG전자가 PoC(개념검증)를 진행한 스마트코티지 내부 / 출처=다자요
남성준 대표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했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존 오토캠핑장 모델을 산림에 적용하는 것"이라면서 "산림청이 구역만 지정해 주면 민간이 LG전자 스마트코티지 같은 모듈러 주택을 구매 후 갖다 놓는 것이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벌목 없이 숲을 살리면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LG전자의 스마트코티지는 설계 기준상 에너지 절감과 신재생에너지 적용 수준을 인정받아 최고 등급인 ZEB 플러스 인증을 받은 모델이다. 여기에 AI 기반 LG AI 홈 허브 씽큐 온(ThinQ ON)과 IoT 관제 시스템을 연동한다. 다자요는 예약 플랫폼 운영과 공간 스타일링, 지역 로컬 웰컴키트 제작을 책임진다.
PPP(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도 구체화했다. 산림청이 국유림 부지와 보조금을 제공하고, LG전자는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모듈러 쉼터를 제작한다. 소비자의 경우 친환경 모듈러 쉼터를 구매해 미사용 기간엔 숙박 영업에도 참여한다. 다만 재난 발생 시 이재민 임시 주거 공간으로 최대 3개월간 강제 개방하는 공익적 책임도 구매자가 함께 진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 출처=IT동아
남성준 대표는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미 규제 샌드박스 벽을 한 번 넘어봤기 때문에 안 되면 재도전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대는 빨리 가는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남성준 대표는 "지금의 지방 소멸이나 빈집 문제는 과거 방식과 제도가 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는 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10년 동안 빈집을 파고든 남성준 대표의 말에는 무게가 느껴졌다. 다자요는 규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제도의 빈틈을 메워왔다. 이는 다자요가 스스로를 '규칙을 만드는 회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버려진 집에 취향을 담고, 그 공간이 지역을 살리는 관계 인구를 끌어들이며, 쌓인 데이터가 다시 정책이 된다. 바로 다자요가 만들어가는 선순환이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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