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이'냐 '은'이냐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작가는 결심한다. '이'가 낫겠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이 '이'로 귀결된 사연은 제법 알려진 이야기다.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라고 작가는 보았다고 한다. 그의 글쓰기 태도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다.
'이/가(이하 이)'냐 '은/는(은)'이냐, 이 갈등이 생산적으로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둘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둘은 명칭부터 다르다. '이'는 주로 주어를 챙기는 조사이고, '은'은 그런 제한 없이 여기저기 붙을 수 있는 보조사다. '이'는 이야기에 처음 소개되는 경우에 쓰고, 그다음부터는 '은'을 쓴다. 첫째 차이다. "저기 집이 있다. 그 집은 비싸다." 하고 "정부가 새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새 정책이 잘되길 기대했다." 하고 "그곳이 제일 좋다. 그곳은 시내에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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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이'는 일반적 진술에 쓰고, '은'은 대조적 진술에 쓴다. 둘째 차이다. ② 꽃이 피었다. vs 꽃은 피었다. '꽃이 피었다'는 다른 대상과 관계없이 꽃 자체에 대해 하는 진술이다. '꽃은 피었다'는 꽃은 피었는데 이를테면 '나비는 날지 않는다'라는, 다른 대상과의 차이를 시사하는 진술이다. 곧, 다른 대상을 생각하면서 그것들과 차이가 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다는 작가의 설명과 맞닿아 있는 쓰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보 초점이 앞에 오는 말에 있지만, '은'은 뒤에 오는 말에 있다. 셋째 차이다. 달리 표현하면 새 정보가 주어에 있으면 '이', 서술어에 있으면 '은'인 것이다. 어떤 문답이다. ③ "누가 그곳에 갔어요?" "그이가 갔습니다." ③에서 정보 초점은 무엇인가? 그곳에 간 주체 아닌가. '그이' 다음에 '가'가 쓰인 이유다. 다른 문답이 있다. ④ "그이는 뭐 해요?" "그이는 그곳에 갔습니다." ④에서 새 정보는 서술부인 "그곳에 갔다"이다. '그이' 다음에 '는'이 온 이유다. '이'는 묘사문에 쓰이고, '은'은 설명문에 쓰인다는 한 국어책의 해설이 새롭다. 설명하기보다 묘사하고 싶었다. 작가의 마음은 그랬던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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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 '이/가'와 '은/는'의 차이
2. 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까치글방, 2009 - '이'는 묘사문에 쓰이고 '은'은 설명문에 쓰인다는 해설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7월0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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