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기다란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티저 영상과 함께 새로운 라인업을 예고했습니다. 그동안 폴드·플립 2종으로 가져가던 구도에서 벗어나, 폴드 모델 안에 넓은 화면 형태의 새 폼팩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해집니다. 얼핏 단순한 신제품 확대처럼 보이는데요.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처음 폴더블 시장에 뛰어드는 '숙적' 애플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4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존보다 세로는 짧고 가로는 넓힌 소위 '여권형' 폴더블을 '갤럭시Z폴드8'(가칭) 라인업에 새로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부 화면 5.4인치(1인치=2.54cm), 내부 화면 7.6인치에 펼쳤을 때 화면비는 4대3에 가깝습니다. 새로 출시하는 모델에는 갤럭시Z폴드8이라는 기존 이름이 붙고, 기존 폴드 시리즈 형태는 초고성능을 강조하는 '갤럭시Z폴드8울트라'라는 새 명칭이 생길 예정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신모델이 지금까지 유출된 폴더블 아이폰의 모습과 겹칠 가능성이 높단 겁니다. 애플이 오는 9월 아이폰18 프로 시리즈와 함께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첫 폴더블 아이폰도 접었을 때 5.3~5.5인치, 펼쳤을 때 7.8인치에 화면비는 마찬가지로 4대3 수준이 될 것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모양새가 많이 비슷할 수 있단 얘기죠. 삼성이 애플과 정면으로 부딪힐 체급의 제품을 폴드 라인 안에 이번에 별도로 공개한 셈이 됩니다.
메모리 등 부품 가격 폭등에 기기 가격도 나란히 오를 겁니다. 갤럭시Z폴드7 256GB 모델 출고가는 237만9300원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8세대 라인업 가격이 이보다 높은 300만원 안팎에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애플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상태고, 첫 폴더블 아이폰 가격도 국내 출시가로는 300만원대 중반 수준이 거론됩니다. 양사 모두 최고 사양 모델은 400만원이 넘을 거란 전망에도 힘이 실립니다.
'폰을 누가 300만원이나 주고 사나' 싶으실 겁니다. 이들이 나란히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일단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지난해보다 18%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도매 기준 1600달러 이상 고가 제품 비중은 지난해 3대 중 1대꼴에서 올해 60%까지 늘고, 1200달러 이하는 30% 밑으로 줄어든다는, '비싼 모델 비중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결국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많이 파는 제품'보다 '비싸도 사는 제품'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격을 올려도 비교적 버틸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셈이죠.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OEM들이 높은 가격대와 충분한 마진 구조를 바탕으로 부품 비용 상승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제품군"이라며 "가격에 덜 민감한 초기 수용자와 프리미엄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의 참전은 삼성전자가 독주해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예정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 40%, 화웨이 30%였지만, 애플이 들어오는 올해는 삼성전자 31%, 애플 28%, 화웨이 23% 수준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파장이 큽니다. 지난해 삼성전자(51%)와 모토로라(44%)가 사실상 지배했던 시장이, 올해는 애플 46%, 삼성전자 29%, 모토로라 23%로 역전될 거란 관측입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새 라인업 예고가 결코 애플에게 폴더블 왕좌를 내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규 폼팩터 추가를 단순한 라인업 확장이 아니라, 애플의 시장 진입을 예상한 선제적 '포지셔닝'으로 봅니다. 단순히 애플의 참전만이 이유는 아니랍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추격,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상황까지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건데요.
삼성전자가 진짜 의식하는 지점은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자체가 만들어낼 '경험의 기준'으로 보입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써본 경험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삼성전자가 이후 내놓는 제품은 거꾸로 애플과 비교당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먼저 비슷한 화면비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폴더블폰의 기준'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먼저 심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들어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에게 폴더블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면 삼성전자 제품은 나중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가 먼저 비슷한 화면비의 새 폼팩터를 내놓는 것도 '폴더블 스마트폰의 기준은 이런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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