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논란으로 20여 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에 대해 작곡가 윤일상이 "사과가 시작도 안 된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일상은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간 함께 작업했던 가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제작진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유승준에 대해서도 언급하자 "그 얘길 왜… 너 나락 가고 싶어?"라며 농담했다.
윤일상은 유승준의 데뷔앨범 수록곡 '사랑해 누나'를 프로듀싱한 인물이다. 그는 "원래 타이틀 곡이 '사랑해 누나'였는데 '가위'로 바뀌었다. 눈빛, 액션, 춤이 엄청났다. 스스로 프로듀싱하고 싶다고 말한 아티스트였다. 전체 앨범을 '내가 기다린 사랑'부터 '나나나'까지 콘셉트를 다 만들었다"고 했다.
유승준 데뷔 당시에 대해 "지드래곤 급이었냐"란 질문에 윤일상은 "비교가 안 됐다. 아마 지금이었으면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을 거다. 당시 제작자가 마이클 잭슨처럼 키우려고 만나러 갔고, 원더랜드 가서 시간도 보냈다. 유승준 춤 잘 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일상은 "유승준은 잘했다. 열심히 잘했다. 지향하는 바는 웨스트 코스트의 거친 랩이었다. 한국 랩은 이스트 코스트에 가까운 게 많았는데,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따라왔다. 가창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가수는 아니었지만 적당한 노래와 랩은 아주 잘했고, 퍼포먼스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성격에 대해서는 "싹싹하고, 털털하다. 나는 어려운 대상이라 곁을 막 주는 사이는 아니었다. 음악 얘기 위주로, 일적으로만 봤다"고 했다.
아울러 윤일상은 "유승준이 마음은 미국에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인인데 한국인이기도 한"이라며 "한국은 비즈니스가 강한 곳이고, 자기가 돌아갈 곳은 미국이지 않나. 그때 추측은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역 기피로 인한 논란을 언급하며 "그래서 안타까운, 말이 안 되는 선택을 하지 않았나. (입대하겠다고) 대중에 약속을 했다. 호언장담했으면 지켜야 한다. 못 지켰으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정할 때까지 해야 한다. 국가에 대한 배신 느낌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윤일상은 "가끔 연락하는데 이 영상 때문에 승준이가 나를 안 본다면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유승준을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예인으로서 유승준은 분명히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팬들도 그런 부분은 스타를 사랑하는 만큼 알람을 해야 한다. 진정한 사과가 베이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과가 시작도 안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승준은 1997년 가요계에 데뷔해 '가위', '나나나', '열정' 등을 히트시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군에 입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돌연 병역 의무를 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그는 38세가 된 2015년 8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그는 2015년 8월, 38세가 되던 해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첫 소송을 제기했고,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LA 총영사관은 "유 씨의 병역 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유승준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다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LA 총영사관은 또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유승준은 그해 9월 세 번째 소송에 나섰다. 최근 그는 이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외교 당국은 "병역 기피로 인한 입국 불허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