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바쁘고 힘들게 보냈기 때문에 특별히 여행을 간다거나 어디론가 놀러가기보다는 오로지 ‘쉼’에 초점을 맞췄다. 늦잠을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소소한 물건들을 사고, 보고 싶었던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화려한 휴가는 아니었지만 푹 쉬면서 여유를 누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마치 방전됐던 배터리가 다시 꽉 찬 것처럼 지쳤던 몸과 마음이 회복돼 다시 일을 향해 달릴 준비가 된 느낌이었다.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게 웬걸, 도배 요청이 갑자기 확 줄었다. 한 달 내내 꽉 차 있던 9월과는 다르게 듬성듬성 비어 있는 10월 일정표를 마주했다. 하루이틀 일하고 나면 쉬는 날이 찾아왔고, 또 며칠 일하고 며칠 쉬는 날이 반복됐다. 바쁘게 일에 몰두하며 보냈던 그 시간이 결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거리를 찾아 보려고 도배사 구인구직 사이트를 열심히 드나들며 뒤져 봐도 쉽게 일이 구해지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기대하지 않았던 쉼이 계속해서 찾아오니, 일이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더는 쉼이 반갑지 않았다. 내 일의 대가는 일당으로 책정돼 며칠만 쉬어도 그게 바로 월수입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당장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또한 고객이나 인테리어 업체 혹은 다른 도배팀에서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어 도배사로서의 내 쓰임이 걱정됐다. 주변 도배사 모두에게 일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전체적으로 도배 일이 줄어든 시기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초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정말 만족스러웠던 휴식과 원치 않는 휴식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결국 쉼은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질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땀 흘린 후 어렵게 쉼을 얻으면 마치 내가 제대로 쉴 자격을 얻은 것처럼 마냥 뿌듯하고 만족감도 더 큰 것 같다. 반면 보상이 아니라 원하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거나 원치 않았을 때 강제로 주어진 쉼은 오히려 마음의 짐이며 부담이다.
일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벗어나고 싶은 굴레처럼 느껴진다. 늘 놀고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일을 통해 얻는 보람과 또 그 끝에 주어지는 휴식이라는 보상이 있기에 일도 쉼도 우리 삶에서 모두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졌던 닷새의 휴식도 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토록 달콤했나 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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