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자체와 스포츠 팀을 보유한 기업이 중계와 경기장 좌석 가격 실시간 책정에도 사람 대신 AI를 활용하게 되면서다. AI를 고도화시켜 공공사업 수주와 기업간거래(B2C)사업의 '핵심 무기'로 삼는 사례도 생겼다.
스포츠 AI 중계 분야에 선두주자로 나선 기업은 위성방송업체 KT스카이라이프다. 1일 AI 스포츠중계 플랫폼 '포착'을 선보였다. 포착은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해 투자한 AI 스포츠 미디어 서비스 '호각'을 리브랜딩한 서비스다. 포착의 첫 생중계로 5~20일 진행되는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의 전 경기를 내보낸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일찍이 AI 스포츠 중계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 바 있다. 2024년 7월 호각에 68억원을 투자하며 AI 스포츠 미디어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방송미디어 중계가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생활체육과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에서 빈틈을 본 것이다. 투자 직후인 작년 9월 한국축구연맹(FIFA)가 주관하는 '2024 서울 홈리스월드컵'을 중계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AI 중계 서비스는 전문가가 직접 카메라를 다루지 않고도 경기장에 설치된 AI가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중계가 이뤄진다. 방송을 위해 필요한 건 해설위원과 캐스터 인력이 전부다.
AI 중계는 스포츠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와 생활체육업계의 각광을 받았다. KT스카이라이프에 따르면 AI 중계는 기존 중계방식 대비 90%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이와 같은 도입 성과가 나타나자 AI 중계에 회의적이었던 대한체육회도 KT스카이라이프와 손잡고 아마추어 스포츠 중계를 시작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프로야구단 KT위즈의 2군 경기, 프로배구까지 AI 카메라로 중계하며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번에 출시한 ‘포착’을 통해 본격적인 AI 스포츠 시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AI 실시간 중계를 넘어 영상 등을 가공해 스포츠 미디어 산업에 나선다. 지자체, 학교, 스포츠센터 등 주요 국내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B2G·B2B 기반 스포츠 콘텐츠 생산 인프라를 확대하기로 했다. 고정 소비층이 존재하는 체육 콘텐츠의 생산으로 부가적 수익 창출이 기대되며 시장 전망 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스포츠 경기가 이뤄지는 현장에 AI를 적용한 사례도 생겼다. NC소프트가 자회사 NC AI와 함께 내달 1일부터 야구장 창원NC파크에서 시행할 'AI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다. 여행업계서 호텔과 비행기 등의 가격을 책정할 때 이용하는 변동가격 책정 방식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존 날짜와 구역별로 모두 동일한 가격이 매겨졌던 야구장 좌석을 AI가 날씨, 상대 팀, 예상 관중 규모 등 수요 탄력성을 계산해 좌석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한다.
AI가 좌석별 선호도를 세분화해 중앙 좌석과 통로 좌석의 가격을 매긴다. NC는 2011년부터 구단을 운영하며 쌓인 관람 데이터를 이번에 도입될 AI에 학습시켜 AI를 이용한 가격 책정이 이뤄지도록 했다. NC AI는 구단이 약 15년간 쌓아놓은 예매 데이터, 좌석 선호도, 상대 팀별 관람객 수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해 가격 정책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NC도 이번에 도입한 AI 모델을 앞세워 B2B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자회사가 보유한 야구단 NC다이노스에 AI 모델을 먼저 적용한 뒤 타 구단 및 스포츠 업계에 AI 프라이싱 모델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스포츠 시장이 커지는 데다 AI 활용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새로운 수익창출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NC AI 관계자는 "AI를 통해 티켓 판매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시각화 기술들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요 탄력성에 영향에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