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사찰 ‘산사’[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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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까지 갈 기운은 없어서’ 만들었다는 온라인 사찰 ‘산사(山寺)’에 들어갔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 앞에 줄을 섰다. ‘절하기’ 버튼을 누르고 빈 방석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동안 목탁을 두드리고, 염주를 굴렸다. 1.5배속, 2배속을 선택할 수 없어 아주 느릿느릿 법당에 올라 합장하고 절을 했다. 수십 명이 함께 절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대화는 할 수 없다. 온라인 사찰 사이트인 ‘산사’가 문을 연 지 5일 만에 ‘방구석 108배’를 하겠다며 약 100만 명이 다녀갔다. 사찰뿐만 아니라 인피스(성당), 새벽 예배당(교회) 같은 종교 공간도 잇달아 생겨났다. ▷‘산사’를 통해 Z세대가 인공지능(AI)과 사는 법을 엿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영문학 전공자로 취업 준비생인 박진원 씨(26)가 바이브 코딩으로 뚝딱 만들었다. 직접 코드를 짜지 않고 AI에 자연어로 설명해 완성했다. 박 씨는 “혼자 조용히 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Z세대는 AI와의 협업에 유능하지만, 그 연결과 간섭에 지쳐 사찰이라는 ‘디지털 도피처’를 갈구한다. 물론 완전한 고립은 아니다. 말을 섞지는 않지만 익명의 누군가와 같이 절을 하는 느슨한 관계 속에 머문다. ▷온라인 산사는 완벽한 ‘가짜’ 경험을 제공한다. 산속에 있는 사찰에 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일단 몸을 일으켜야 하고 일정을 짜고 차편을 골라야 한다. 마침내 절을 하는 경험을 하기까지 쉴 새 없이 낯선 풍경과 사람 소음이 끼어든다. 온라인 산사에선 이런 불필요한 경험이 삭제되고, 단조로운 목탁 소리와 함께 절을 하는 본질적인 동작만 남는다. 과정은 효율적이고, 보상은 즉각적이다. ▷비슷하게 ‘가짜’ 경험을 제공하는 앱들도 쏟아지고 있다. 배달앱처럼 메뉴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마쳤지만 실제 음식 배달은 오지 않는 ‘음식만안와요’, 가상 흡연으로 담배가 타들어 가는 동안 채팅을 하는 ‘온라인 담타’, 스마트폰을 배에 대면 비만치료제를 맞는 듯한 진동을 주는 ‘마음자로’, 목욕탕과 노천탕에 들어간 듯한 ‘온라인 사우나’ 등이다. 식욕과 흡연 충동을 다스리면서 돈도 절약하는 방법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이 ‘가짜’ 경험에 탐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도와 탐색이 있는 ‘진짜’ 경험과 표백된 ‘가짜’ 경험은 경험의 질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은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인 경험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창의성을 기른다. 미숙하고 불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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