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대책 불구 가격 들썩
일부에선 이재명 정부의 두 가지 부동산 대책(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6월 27일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초강력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출 규제를 합한 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주택 구매 희망자들 사이에선 ‘내 집 마련 불가능 대책’이란 하소연까지 나왔다.
일단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진정됐다. 아파트 거래는 규제 직전보다 70% 가까이 감소했고 가격 상승 폭도 둔화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공급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대출 규제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공급이 늘지 않으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초강력 대출 규제까지 감내하게 만든 것이다. 8월부터 꿈틀거리던 집값은 ‘똘똘한 한 채’ 바람을 타고 곳곳에서 기존 최고가를 넘어섰다.정부는 9월 7일 부랴부랴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135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급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수요자에게 집을 살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이미 포화 상태로 보이는 서울에서 어떻게 새집을 공급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핵심이 빠졌다. ‘9·7 무공급 대책’이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공급 대책에서 ‘공급’이 빠지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만 심어준 셈이 됐다. 연휴 직전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7% 올랐다. 9·7 공급 대책 발표 이후인 9월 둘째 주(9월 8일 기준)부터 오름폭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진구의 주간 상승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와 공급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28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아파트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은 신뢰를 상실했고 그대로 역풍을 맞았다.규제 일변 정책 반드시 역풍9·7 공급 대책 당시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시사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수요자들 사이에선 ‘추가 규제 도입 전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졌다. 아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강남 한강벨트’에서 집값이 들썩이는 이유다. 정부 정책이 역풍을 맞은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요동치면서 다음 대책 발표가 불가피해졌다. 시장도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6·27 대출 규제가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 서민과 청년의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 등 실수요 계층은 선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규제 지역을 확대하면서도 아파트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도 말한다.
어떤 대책을 내놓든 분명한 건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에서 어른거리는 ‘문재인 시즌2’를 분명하게 지워내야 한다.
김기용 산업2부장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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