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없이 AI·로봇이 실험…데이터 확보 1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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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없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실험을 기획해 수행하는 ‘완전 자동화 연구실’이 국내에 구현됐다. 연구자의 단순·반복 실험을 AI와 로봇이 대신하는 게 특징이다. 실험 효율과 데이터 품질을 높여 국내 연구개발(R&D) 현장을 구조적으로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구자 없이 AI·로봇이 실험…데이터 확보 12배 늘었다

◇KAIST에 등장한 ‘무인 실험실’

KAIST는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LIB소재연구센터 연구팀과 함께 AI 및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이차전지 양극 소재 자율 탐색 실험실’을 구축했다고 3일 밝혔다. 서동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 주도로 구현된 이 실험실은 AI에 기반해 연구자 없이 로봇이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분석해 최적의 소재를 탐색하는 플랫폼이다.

2차전지 양극 소재는 빠른 충전 속도, 높은 에너지 밀도 등 어려운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후보군을 고려해 탐색해야 한다. 숙련된 연구자를 투입해 긴 시간 연구해도 소량의 데이터를 얻는 데 그친다는 문제가 컸다.

협력팀은 연구자 없이 연구를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과 분석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학습해 최선의 후보군을 선택하는 AI 기반 자율 탐색 실험실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시료 정량, 혼합, 소결(시료에 열을 가해 입자가 뭉치게 하는 과정) 및 분석 과정을 개별 장치 모듈로 구축하고 이를 중앙 로봇 팔이 조종하는 방법으로 효율을 높였다. 소재 합성 속도를 개선해 소결 공정에 필요한 시간을 50분의 1로 단축했다. 협력팀 관계자는 “자율 탐색 실험실을 통해 기존 연구자 기반 실험 대비 훨씬 많은 결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험 데이터가 확보되면 AI 모델이 자동으로 결과를 해석한다. 정보 및 불순물 비율 등을 추출하고 이 정보를 저장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를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다음 실험 조건을 재추천한다. 자동화 연구실을 24시간 운영하면 기존 대비 12배 많은 실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KAIST 측 설명이다.

◇“연구 인력 감소 문제 해법 될 것”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은 자율 탐색 실험실 시스템을 고도화한 뒤 내년 자체 연구소 실험실에 적용해 차세대 2차전지 소재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자율 실험실 개발 과정에서 AI 기반 실험 설계 모델을 공동 개발했다. KAIST는 전체 플랫폼 설계와 알고리즘 제작, 자동화 시스템 기반 실험 검증 등 실질적 시스템 구현 및 운영을 담당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AI 기반 무인 실험실이 최근 인건비 상승과 연구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관에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복 업무의 효율화와 정밀성 확보를 위해 관련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팩트미스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자동화 실험실 시장이 2024년 2274만달러에서 2035년 49억36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 교수는 “자동화 시스템은 저출생에 따른 연구 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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