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 1위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가 알테오젠 기술을 접목해 시장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링거 형태로 맞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로 바꾼 신약이 임상시험에 진입하면서다. 세계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SC 제형 허가 여부가 다음달 결정되는 등 관련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허투SC, 9월 안에 임상 진입
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다음달까지 엔허투SC의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이이찌산쿄가 엔허투SC 개발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허투는 SC 제형 개발에 나선 첫 ADC다.
엔허투는 지난해 매출 5조4000억원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다. 암만 찾아가는 항체와 독성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한 ADC로 차세대 항암 시장을 열었다. ADC는 세 가지 성분이 결합한 복합 약물이다. 이런 구조 탓에 IV를 SC로 바꾸기 위해선 높은 기술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허투SC로 이런 한계를 넘어선다면 다른 ADC를 SC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후발 ADC일수록 SC 제형 전환은 사실상 유일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엔허투SC 임상 1상은 암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후 바로 3상에 진입한다. 표적 기능을 높인 ADC는 독한 항암제를 쓴다. 약물 특성상 안전성을 입증하는 1상 임상시험이 상당히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엔허투SC가 2028년께 시판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키트루다·레켐비SC 승인 결정
엔허투SC엔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ALT-B4’ 기술이 적용됐다. 피하조직 속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도록 돕는다. 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SC가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여 시간이 기존 1시30분에서 5분 정도로 줄어들어서다.
글로벌 기업은 특허 절벽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도 SC 전환을 활용하고 있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SC 제형을 먼저 출시하면 환자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 지난해 연 매출 41조원으로 세계 1위였던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대표적이다. MSD는 2028년 키트루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알테오젠 기술을 도입해 SC 제형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선 다음달 23일까지 허가 여부가 발표된다. 10월께 출시하는 게 목표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도 항체 치매 신약 ‘레켐비’의 SC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병원을 찾아 1시간가량 맞는 기존 투약 방법을 집에서 15초 만에 맞도록 바꿔줄 것으로 업체 측은 예상했다. 이달 31일께 미국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존슨앤드존슨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함께 투여하는 폐암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 SC 제형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알테오젠의 경쟁사인 미국 할로자임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올해 가을께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김유림/이지현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