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에 '괴물신인'이 탄생했다. 프로 데뷔 무대에서 곧바로 우승을 차지한 로티 워드(잉글랜드)가 주인공이다. 압도적인 실력, 여기에 신인답지 않게 단단한 멘탈로 우승을 거머쥐며 절대강자가 없는 올 시즌 LPGA투어에 파란을 예고했다.
워드는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공동 주관으로 열린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적어내 우승 트로피와 상금 30만달러(약 4억1500만원)를 품에 안았다.
LPGA투어 역사상 데뷔전에서 우승한 것은 1951년 이스턴오픈의 베벌리 핸슨,2023년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의 로즈 장(이상 미국)에 이어 워드가 세번째다.
워드는 준비된 강자다. 최근 2년간 아마추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독식했다. 아마추어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의 지난해 우승자이기도 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워드는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3주전 LET 아이리시 오픈에 출전해 우승했지만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상금은 한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이어서 출전한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3위를 기록한 그는 LPGA투어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아마추어 엘리트 패스웨이(LEAP)' 제도를 통해 퀄리파잉 시리즈 없이 곧바로 회원 자격을 얻었다. 플로리다주립대 재학중인 워드는 곧바로 프로 전향을 결정했고, 이번 대회에 프로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이날 워드는 2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베테랑' 김효주가 뒷심을 내며 추격해 한때 공동선두까지 허용해 위기를 맞았다. 승부는 15번홀(파3)에서 갈렸다. 김효주가 강한 앞바람에 막혀 보기를 범한 사이 워드는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순식간에 2타 차이로 벌어졌다. 16번홀(파4)에서는 두 선수가 모두 보기를 기록했지만 워드는 18번홀(파5)에서 완벽한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3타차 완승을 거뒀다.
까다로운 링스 코스에서 워드는 영리한 코스 공략으로 강자들을 제압했다. 그는 "링스코스에서는 보기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바로 내 우승비결"이라고 말했다. 4일간의 라운드에서 버디 24개를 잡은 워드는 보기를 3개로 막았다. 프로 첫 대회라는 부담감도 워드를 막지 못했다. 그는 "작년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 당시 워낙 큰 압박감 속에서 우승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모두가 저를 추격해오는 상황도 즐기며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투어의 19번째 대회 우승컵이 워드에게 돌아가면서 LPGA투어는 매 대회 다른 우승자가 탄생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모든 대회에서 다른 우승자가 배출된 것은 LPGA투어 75년 역사상 처음이다. 작년에만 7승을 거둔 넬리 코다(미국)는 올해 들어서는 1승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올 시즌 첫 다승자를 노렸던 김효주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다음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오픈을 앞두고 상승세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김세영(공동3위). 이미향(공동8위), 최혜진(공동10위) 등 톱10에 4명의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