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해 미국 바이오기업 컴퍼스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CTX-009·ABL001)'가 담도암 2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임상시험에서 치료 반응을 보인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반응률(ORR)을 대조군보다 3배 이상 개선하면서다.
임상을 주도한 컴퍼스테라퓨틱스는 1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토베시미그가 임상 2/3상(COMPANION-002)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임상은 이전 치료 경험이 있고 절제가 불가능한 진행성 및 전이성, 재발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토베시미그와 파클리탁셀을 병용 투여한 뒤 파클리탁셀 단독 투여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베시미그를 파클리탁셀과 병용 투여한 환자 그룹에선 완전관해(CR) 1명을 포함해 ORR이 17.1%로 나타났다. 파클리탁셀 단독 투여군의 ORR은 5.3%로 토베시미그 투여군의 ORR이 3배 이상 높았다.
세부 분석 결과를 보면 토베시미그와 파클리탁셀을 병용 투여한 111명의 환자 중 CR 1명, 부분관해(PR) 18명으로, 19명이 치료 반응을 보였다. 반면 파클리탁셀만 단독 투여한 환자 57명 중엔 CR은 0명, PR은 3명에 그쳤다.
환자의 질병이 진행된 정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종양의 크기가 20% 이상 증가해 암이 계속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질병진행(PD)율은 토베시미그를 파크리탁셀과 병용 투여군이 16.2%로, 파클리탁셀 단독 투여군(42.1%)의 절반 이하였다.
토마스 슈츠 컴퍼스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토베시미그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경우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가 더 주류를 이룬 반면 단독요법은 종양의 크기가 커진 환자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토베시미그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전 치료 경험이 있고 절제가 불가능한 진행성 및 전이성, 재발성 담도암 치료제로 패스트트랙 지정받았다.
컴퍼스테라퓨틱스는 올해 4분기 안에 임상 2/3상의 최종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2차 평가지표에는 무진행생존율(PFS), 전체 생존기간(OS), 지속반응기간(DoR) 등의 데이터가 포함된다.
토베시미그는 DLL4와 VEGF-A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항체 항암제다.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해 한독에 국내 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는 미국 바이오벤처였던 트리거테라퓨틱스에 이전했다. 이후 이 회사가 컴퍼스테라퓨틱스에 인수되면서 양사는 담도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컴퍼스테라퓨틱스는 올해 2분기 안에 이번에 발표한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규제 당국인 FDA와의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슈츠 CEO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적응증을 크게 넓히는 판매 전략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담도암으로 먼저 FDA 승인을 받은 뒤 추가 임상을 거쳐 다른 암종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슈츠 CEO는 "DLL4 발현율이 높은 위암, 신장암, 대장암, 난소암 등에서도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담도암의 2차 치료엔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는데 대표 표준 치료법은 여러 화학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폴폭스' 요법이다. 하지만 폴폭스는 ORR이 5% 수준에 그쳐 미충족 수요가 높다. 슈츠 CEO는 "토베시미그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이 2차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