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라스·신네르, 실력만큼이나 빛난 경기 중 스포츠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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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29분 명승부서 자신에 유리한 판정에 '아니다' 소신 행동

이미지 확대 시상식에서 서로 격려하는 신네르(왼쪽)와 알카라스

시상식에서 서로 격려하는 신네르(왼쪽)와 알카라스

[신화=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8일 막을 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5시간 29분 명승부를 연출한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1위·이탈리아)가 실력만큼이나 빼어난 스포츠 정신을 발휘했다.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 사상 최장 시간인 5시간 29분 혈투를 벌여 알카라스가 3-2(4-6 6-7<4-7> 6-4 7-6<7-3> 7-6<10-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2001년생 신네르와 2003년생 알카라스가 앞으로 10년 넘게 남자 테니스 세력 판도를 양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두 선수는 이날 서로 불리한 상황에서 자칫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포인트를 스스로 감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미지 확대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알카라스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알카라스

[로이터=연합뉴스] Mandatory Credit: Susan Mullane-Imagn Images

먼저 1세트를 4-6으로 내준 알카라스는 2세트 첫 게임에서 40-40 듀스로 맞서고 있었다.

이때 신네르의 서브를 선심은 폴트로 판정했고, 체어 엄파이어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카라스가 직접 공이 코트 바닥에 닿은 자국을 확인하더니 신네르의 에이스라고 인정하고 다음 서브를 받기 위한 자리로 이동했다.

알카라스가 가만히 있었더라면 신네르는 세컨드 서브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신네르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켰고, 곧바로 이어진 알카라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세트도 2-0으로 달아났다.

알카라스는 벤 셸턴(미국)과 16강전에서도 이미 자신의 득점이 인정된 이후 심판에게 '샷을 하기 전에 라켓을 손에서 놓쳤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점수가 아니라 상대 득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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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니크 신네르

[UPI=연합뉴스]

신네르도 지지 않았다. 그는 4세트 게임스코어 5-3으로 앞서 우승이 유력한 상황에서 내리 2게임을 내줘 5-5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진 알카라스의 서브 게임에서 15-0으로 앞선 알카라스의 포핸드 샷이 다소 길어 엔드라인 근처에 떨어졌다.

이 공은 아웃 판정이 나왔고, 주심은 자리에서 내려와 직접 볼 마크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네르가 공 자국을 확인하더니 주심에게 '아웃이 아니라 인이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다 잡은 것 같았던 경기가 상대에게 넘어가고, 관중석의 팬들도 알카라스를 응원하는 환경에서 웬만한 보통 사람이었다면 들어온 공도 '나갔다'고 할 판이었지만 세계 1위의 품격은 달랐다.

이날 중계해설을 맡은 짐 쿠리어는 "이 판정은 신네르가 뒤집은 것과 다름없다"며 "두 선수 모두 엄청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 확대 경기 종료 후 서로 격려하는 알카라스(오른쪽)와 신네르

경기 종료 후 서로 격려하는 알카라스(오른쪽)와 신네르

[AP=연합뉴스]

다만 이날 5세트 게임 스코어 3-2로 앞선 알카라스의 서브 게임 때는 알카라스의 서브가 실제로 아웃됐으나 인으로 판정되는 오심도 발생했다.

현지 매체들은 "31㎜ 아웃이지만 알카라스의 득점으로 판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에서는 '지난해 도핑 양성 반응으로 징계받은 신네르는 스포츠맨십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도 비난하지만, 신네르의 이날 경기 매너는 오히려 '약물을 고의로 쓴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그의 해명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emailid@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09일 17시2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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