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트로젠은 일본에서 세포치료제를 시판 허가받는 첫 한국 기업이 될 것입니다.”
김미형 안트로젠 대표(사진)는 8일 기자를 만나 “일본 파트너사인 이신제약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 규제기관인 의료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 후보물질 ‘ALLO-ASC-EB’의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신제약은 ALLO-ASC-EB의 임상 3상시험 결과가 담긴 1만 쪽 분량의 보고서를 출력해 이날 오후 PMDA에 직접 전달했다. 이신제약은 2015년 안트로젠으로부터 이 물질을 도입해 직접 임상 3상시험을 수행했다. 통상 PMDA는 신약 시판허가 여부를 2년 안에 결정해 허가 신청 업체에 전달한다. 김 대표는 “앞서 PMDA가 ALLO-ASC-EB를 희소의약품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 약의 승인 여부는 9개월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늦어도 내년 3월께엔 승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허가 과정이 원활히 진행돼 내년 3월 시판 허가를 받으면 3개월 뒤인 6월께 일본에 ALLO-ASC-EB를 출시할 계획이다.
안트로젠이 치료제를 개발한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피부에서 콜라겐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희소 유전질환이다. 서로 잘 붙어 있어야 할 피부 표피와 진피층이 떨어져 전신에 물집이 생긴다.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승인받은 치료제는 거의 없었다. 환자는 온몸을 특수 붕대 등으로 감아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특수 붕대 처치 비용만 연간 100만달러(약 14억원)에 이른다.
2023년 유전자 치료제가 허가받아 출시됐지만 약값이 수십만달러인데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게 한계로 꼽힌다. 김 대표는 “ALLO-ASC-EB는 파스처럼 붙이는 시트 형태”라며 “임상시험에서 환자에게 1주일에 한 번 석 달간 붙였더니 수년째 수포가 생기지 않고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는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일본 현지 판매를 맡은 이신제약에 안트로젠이 의약품을 생산해 공급한다”며 “판매 로열티와 별개로 높은 마진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안트로젠이 이신제약에 연간 2000억원어치 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트로젠은 일본 시판 후엔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