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코스' 유일한 언더파…스펀, 19.5m 버디로 챔피언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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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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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까지 거리 19.5m. 마지막 18번홀(파4)에 친 J.J 스펀(미국)의 공이 경사를 타고 흘렀다. 현재 스코어 이븐파, 1타 차 선두였기에 이 홀에서 파만 잡아도 우승의 가능성이 큰 상황. 완벽한 라인을 그리며 홀로 향한 공은 그림처럼 홀 안에 안착하며 버디를 만들어냈다. 최종합계 1언더파, J.J스펀이 출전자 가운데 유일한 언더파로 US오픈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이었다.

스펀이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CC(파70)에서 열린 제125회 US오픈(총상금 215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6개로 2오버파 72타를 치며 최종합계 1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자신의 첫번째 메이저 우승이자,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패배했던 기억을 완벽하게 설욕한 경기였다.

오크몬트CC는 '악마의 코스'로 불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평균 12cm에 이를 정도로 기른 러프, 여기에 벙커는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깊고 가파른 턱으로 선수들을 시험에 빠뜨렸다. 조금만 샷에 실수가 나와도 보기, 더블보기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스펀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최종합계 오버파로 경기를 마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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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스펀은 전반에만 보기 5개를 범하며 빠르게 순위가 떨어졌다. 그런데 폭우로 경기가 1시간 36분간 중단된 것이 그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그는 "저에게 딱 필요한 순간에 흐름을 끊어주는 계기가 됐다"며 "모든 것을 리셋하고 싶어 옷도 갈아입었다"고 말했다.

경기 재개 이후 필드로 돌아온 뒤 선수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선두를 달리던 샘 번스(미국)와 애덤 스콧(호주)는 11번홀(파4)에서 깊은 러프에 빠지며 각각 더블보기와 보기를 범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번스는 특히 15번홀(파5)에서 빗물이 차 있는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경기위원에게 물이 고여있다는 '캐주얼 워터' 판정을 요청했지만 두번이나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급격히 무너졌다.

반면 스펀은 12번(파5).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15번홀(파4) 보기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17번홀(파4)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18번홀의 그림같은 버디로 언더파 우승을 확정지었다.

난도 높은 코스에서 많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티럴 해튼(잉글랜드)는 러프에서 친 샷이 또 러프로 향하자 클럽으로 바닥을 내리쳤고, 번스 역시 경기위원의 판정 이후 아이언으로 바닥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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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펀은 마지막홀까지 흔들림없이 견고한 경기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일몰탓에 다음날까지 이어진 연장전에서 매킬로이에게 패했던 경험은 그를 다시 한번 성장하게 했다. 스펀은 "오늘 오후 맥스 호마가 들려준 타이거 우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며 "우즈는 'US오픈에서는 이상한 짓을 할 필요가 없다. 바람이 바뀌어도, 몇타를 뒤지고 있어도 무리하지 말고 그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몇번의 대회에서 아쉽게 기회를 놓치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우승 퍼트를 하는 순간을 보며 늘 꿈꿨던 장면을 내가 만들어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선 김주형이 합계 9오버파 289타를 쳐 공동 3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시우와 임성재는 각각 공동 42위(12오버파 292타), 공동 57위(16오버파 296타)에 올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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