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진이 상업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일명 보톡스)의 핵심이자 필수 요소인 ‘보툴리눔 톡신’을 유전자 재조합으로 제조에 성공한 기술 관련 비독점 기술이전(L/O)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은 보툴리눔 톡신(독소)을 분비하는 그람 양성 혐기성 세균으로, 기존 제조 공정에서는 야생형(wild-type)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균주를 직접 배양하여 독소를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아이진이 지난 5월 바이오 플랫폼 개발 기업 엠브릭스로부터 권리를 도입해 미용 용도의 전 세계 독점 개발 및 판권을 소유한 ‘유전자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술’은 독소 단백질을 대장균(E.coil)에서 발현시키는 독자적인 생산 방식이다. 기존의 일반적인 A1 타입의 보툴리눔 톡신 타입이 아닌 각 서브타입(A1, A2, A6 타입)의 일부 도메인을 신규로 조합해 최적화한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A novel, recombinant BoNT)을 구현해 낸다.
엠브릭스를 공동 창업한 권대혁 CTO(성균관대 융합생명과 교수)는 "원하는 타입의 독소를 자연계에서 다양하게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기존 균주의 개량이나 개선도 지금까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며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로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은 개량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마비를 일으키는 부위 외 다른 단백질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내성 유발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고 덧붙였다.
아이진의 이번 기술 도입은 지난해 2월 취임한 메디톡스 공장 운영 총괄임원과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최석근 대표이사가 회사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신규 수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진행했다.
아이진은 해당 기술을 통해 제조된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기존 의약품 대비 발현 시간(On-set time)이 빠르며, 효과의 지속 기간 (duration)이 길게 나타난 효능 및 내성 유발 확률이 현저하게 낮은 점 등을 마우스 반수치사량(Mouse LD50) 분석을 통한 역가시험, 간이 독성 시험, DAS(발가락 외전 점수) 분석 등의 비임상 실험에서 확인했다.
또한, 유전자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 제조 방식은 후기 공정까지 보툴리눔 톡신을 비활성 상태로 유지한다. 이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완제품용 보툴리눔 톡신을 생물안전2등급(BL2) 수준의 시설에서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어 생산 효율성 및 수익성을 높일 수 있으며, 해당 생산시설을 보툴리눔 균주의 기원(Origin)으로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100개 이상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으며, 미용 목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 적응증 확대로 인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현재 9조원 정도에서 매년 10% 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해 향후 10년 내 2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보툴리눔 균주의 기원 논란은 여전히 큰 이슈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1989년에 개발된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와 큰 차별성이 없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반면, 2024년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중국 클라루비스 바이오텍(Claruvis Biotech)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액상형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A형, YY003)에 대해 임상시험승인(IND)를 허가하면서 재조합 기술 기반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상업화되고, 시장이 재편될 시기가 머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아이진은 보툴리눔 균주 기원 논란에서 벗어나고, 생산 효율성 및 수익성 제고와 함께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을 활용한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재조합 보툴리눔 톡신을 비독점으로 기술이전을 해 지속가능한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최석근 아이진 대표는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위상을 혁신적인 기술로 더욱 강화하고,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는데 기여하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으로 제조에 성공한 ‘보툴리눔 톡신’을 비독점인 기술이전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진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원천 기술과 노하우 바탕으로 개발에 나선 4가 수막구균 백신(EG-MCV4), AAV 황반변성 및 당뇨망막증 치료제(EG-AAV01), mRNA COVID-19 예방백신 등의 기초연구, 비임상, 임상 등의 필수 운영자금으로도 이번 유상증자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번에 발표한 아이진의 혁신적인 경영 전략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라며 “아이진은 지속가능한 수익원 마련과 함께 유전자 재조합 기술 기반 보툴리눔 톡신 제제도 세계 최초로 상업화하고, 기술이전에 성공해 그동안 아이진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주주분들에게 보답하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3년 12월 총 150억원을 투자해 아이진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국비엠아이는 이번 유상증자에 100억원 한도 내에서 120% 참여할 예정이며, 유전자 재조합 기술 기반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에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