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은 미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중 한 명이다. 이 사진은 농장보안국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찍었다. 농장보안국은 대공황 시기 빈곤한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중 농촌 현실을 기록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사진 사업도 있었다.
사진 속 장소는 캘리포니아 니포모 근처의 완두콩 따는 이주노동자 캠프이고, 모델은 플로렌스 오언스 톰프슨이라는 여성이다. 오클라호마주 태생으로 당시 아이 일곱을 홀로 키우는 32세의 엄마였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다 이곳까지 흘러온 터였다.
사진에서 엄마는 젖먹이 아기를 무릎에 안고 먼 데를 응시하고 있다. 얼굴을 돌린 두 아이는 엄마 양어깨에 기대며 파고든다. 사실 이 장면은 있는 그대로를 찍은 건 아니다. 촬영 당시 랭은 두 아이에게 카메라를 등지고 엄마 어깨에 손을 얹으라고 지시했다. 또 전면에 있던 엄마의 왼쪽 엄지손가락도 의도적으로 지워 없앴다. 감상자의 시선을 엄마의 얼굴에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주름진 이마와 근심 어린 표정은 양육의 의무와 현실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원래 랭은 사진 수정이 진실에 손대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 사진에서만큼은 자신의 의도를 다분히 반영했다. 가난한 이주민 엄마를 불쌍하고 비천한 존재가 아니라,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위엄과 용기를 잃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처럼 아이들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기둥이니까.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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