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족함이 있다고 다 ‘문제’는 아니에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3 weeks ago 7

〈230〉 장단점 통합적으로 보기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어릴 때부터 너무 산만해서 나에게 상담을 받아온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치료제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틱 증상이 심해서 주의력 저하 관련 치료제를 쓰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박사님, 저는 대학에 안 가려고요.” 이유를 물었다. 본인은 일단 공부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공부가 맞지 않는 사람은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면 뭘 할 거냐고 물었다. “저는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잖아요. 저는 휙휙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요. 특히 차를 타고 다니면 마음이 후련해요. 그리고 저에게는 틱이 있잖아요. 틱 때문에 다른 사람과 진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불편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일단 중고 트럭을 한 대 사서 채소나 생선을 싣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차를 타고 휙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사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늘 말하기 좋아하는 자신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장사를 해도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깊은 관계는 아니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아이의 말을 들어 보니 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의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아이는 몇 년간 장사를 한 뒤 꽤 큰 규모의 식당을 차려 현재 운영 중이다. 아이는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증상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일하는 영역에서 문제가 되지 않게 잘 관리할 줄 알았다.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에게 “친구가 없어서 외롭니?”라고 물었다. 아이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구나. 사람이 외로우면 힘들거든. 혹시 교실에 들어가 있으면 불편하니?”라고 또 물었다. 아이가 “어떨 때는요”라고 답했다. “그건 좀 편해져야겠네. 시간은 걸릴 거야. 우리의 목표는 네가 엄청 활발해져서 너희 반 모든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아니야. 그냥 네가 많이 외롭지 않고, 어떤 무리에 들어갔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한두 명의 친구와 가까이 지낼 정도면 돼. 그러면 학교 생활하기 낫거든”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리고 “네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것은 나쁘거나 잘못한 일이 아니야. 하지만 계속 그러면 살면서 불편할 수 있으니까 조금씩 다듬어 가면 되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아이의 어떤 면이 좀 부족하거나 어려움이 있는 것이 꼭 나쁘거나 못난 것이 아니다.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아이를 완전히 고쳐 놓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보다는 아이 자신이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낫다. 다만 내가 나의 모습 중에 불편한 면이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되도록 노력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불안한 사람이든 산만한 사람이든 소심한 사람이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보석 같은 특징이 있다. 사람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면은 어떤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부족함이 있다고 어려움이 있다고 다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그것을 적당하게 조절해서 나이에 맞게 있어야 될 곳,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해낼 수 있다면 괜찮은 것이다. 내 아이를 이해할 때 아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그렇게 통합적으로 봤으면 한다. 아이에게 어떤 부족함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그것을 완전히 고쳐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으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이 스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나 자신일 때가 제일 편하다. 아이도 아이 자신일 때가 제일 편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면서 제 역할을 해내면서 살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젠가는 친한 남자 후배가 심란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겁이 많고 소심한 후배였다. 동년배 친구들이 독립을 한다, 사업을 확장한다 난리란다. 이럴 때 소심한 사람은 고민이 더 깊다. ‘나도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지금 이대로도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다 듣고 “그냥 소심하게 살아도 돼. 그게 네가 행복한 방법이야. 도전 안 해도 돼. 그냥 그대로도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후배는 내 말에 “그렇죠. 선배?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죠?” 하고 답하며 안도했다.

그냥 그대로 살아도 된다. 자신이 불편하다면 좀 노력해 봐야 하지만,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나를 바꿀 필요는 없다. 그것도 그런대로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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