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만약에'보다 소중한 것은 '지금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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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만약에'보다 소중한 것은 '지금 현재'다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프 온리(If Only)’에서 성공을 좇는 사업가 이안 윈덤과 젊은 음악가 사만다 앤드루스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가치관 차이로 자주 다툰다. 이안은 일에 매달리느라 사만다를 소홀히 대하고, 사만다는 늘 진심 어린 사랑을 갈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다툼 끝에 화해하지 못한 채 사만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충격에 빠진 이안은 슬픔 속에서 잠들고, 다음 날 눈을 떠 보니 사만다가 죽기 전날 아침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영화는 일상의 평화를 시기한 듯 불행의 그림자가 무심코 다가오는 밤을 배경으로 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아내를 태워 가는데 사고가 나고 그녀가 죽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해 그녀의 일기장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있겠다.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언가 더 대단한 것을 이루고 싶고, 더 훌륭한 자신이 되고 싶고, 아쉽고 후회스러운 일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렇게 한들 삶에 문제가 없을까. 의외로 운명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인간은 한없이 약한 존재일 것 같지만 어쩌면 진정으로 강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을 영화 ‘이프 온리’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우선, 경제학적 관점이다.

먼저, 기회비용이다. 이안은 자신의 커리어에 몰두하느라 사만다와 함께할 시간을 희생한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뒤, 그동안 무심하게 보낸 시간이 가장 큰 비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제학적으로 사랑과 관계에 쏟을 시간 역시 ‘투자 자원’이며 잘못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기회비용을 남긴다.

다음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관계 속에서 이안은 사만다의 존재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그녀를 잃고 나서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가장 큰 효용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물질적 성취보다 관계와 정서적 교류가 주는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리스크 관리다. 이안은 비즈니스에서는 위험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는 ‘리스크’에는 대비하지 못한다. ‘사랑의 불확정성’을 외면하다가 결국 가장 큰 손실을 본다. 사랑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상대의 마음을 보자. 오늘 사랑하지만 내일은 변할 수 있다.

다음은 상황적 변수다. 사고, 질병, 환경 변화 등으로 관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내 마음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강도와 형태가 바뀌기도 한다. 즉 사랑은 경제학적 모델처럼 ‘확률 계산’으로 관리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안은 마지막 하루에서야 사만다를 욕망이나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온전한 타자로 받아들이고 헌신한다.

현재를 살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자신 있게 말하길 바란다.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라.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던 날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 그녀는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는 못 알아들은 걸까, 딴청을 피우며 당신의 애간장을 태울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않나.

“괜히 어색해진 나를 보며 웃던 짓궂은 그녀가 생각납니다. 넌지시 내 맘을 열던 날, 차라리 돌직구였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텐데요. 괜히 돌려 말했습니다. 때로는 눈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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