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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박귀임 기자]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먼저 접목하고, 그 중에서 가치 있는 경험만 소비자에게 전달합니다."
급변하는 트렌드 중에서 패션을 빼놓을 수 없다. 패션은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취향 혹은 신념을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되는 만큼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 기술이 더해지면서 패션테크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스타일 추천 콘텐츠 플랫폼 '이옷(EOT)'을 출시한 스타트업 (주)신사유람단이 국내 패션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강성열 신사유람단 대표를 만나 이옷과 패션테크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봤다.
강성열 신사유람단 대표가 PB 브랜드인 론앤디마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패션·기술 융합으로 진화한 소비 경험 제안
신사유람단은 조선시대 후기 고종 재임 시절 일본의 근대 문물을 시찰하기 위해 조선 정부가 파견한 공식 시찰단으로 당시 개화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영감을 받은 강성열 대표는 "신사유람단은 조선시대에 신문물을 먼저 경험하고 그 중 좋은 것만 백성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면서 "오늘날에도 신사유람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먼저 접목하고, 그 중에서 가치 있는 경험만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비전을 담아 조선시대 신사유람단을 오마주해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설립된 신사유람단은 패션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이다. AI 기술 기반 스마트 피팅과 맞춤형 의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을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강성열 대표는 섬유업계에 종사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그가 직접 보여준 사진 속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또래 친구들이 두툼한 점퍼를 입을 때 청재킷으로 멋을 내거나 셔츠와 니트를 겹쳐 스타일링하는 등 남다른 센스를 발휘했다.
신사유람단은 패션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이다 / 출처=IT동아
뿐만 아니라 강성열 대표는 1세대 패션테크로 통하는 스타트업 스트라입스에서 역량을 키웠다. 스트라입스는 남성 셔츠나 정장을 맞춤 제작해주는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하면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사이즈를 측정한 후 제작 및 배송하는 형태였다. 이에 강성열 대표도 다양한 체형과 그에 따른 최적의 패션을 연구하며 경험을 축적했다. 그 결과 신사유람단은 강성열 대표의 실력과 다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화한 패션테크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옷, 패션테크 새 장 열다…AI 적극 활용
신사유람단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옷은 '오늘 뭐 입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개인의 체형, 성별, 나이, 직군 등을 AI 기반으로 학습된 알고리즘이 약 560만 개의 추천 값에서 최적화된 패션을 추천해준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퍼스널 스타일리스트에게 도움받는 것처럼 맞춤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손 안의 AI 스타일리스트'인 셈이다.
강성열 대표는 "이옷은 AI 기반 체형 분석과 스마트 피팅 경험을 결합해 소비자가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가장 잘 맞는 옷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옷에 접속하면 ▲키 ▲몸무게 ▲체형 ▲직업 ▲선호하는 스타일 등을 입력해야 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스타일링을 상의부터 하의까지 종합적으로 추천해준다. 패션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최적화된 스타일을 찾고 싶은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쇼핑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가 어울리는 스타일도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제 구매 전환 비율도, 결제 금액도 높은 수준이다.
이옷은 AI 기술 기반 스타일 추천 콘텐츠 플랫폼이다 / 출처=신사유람단
일반적인 패션 플랫폼은 A 소비자가 A 제품을 선택한 경우 해당 제품을 구매한 다른 이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획일적인 데이터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높다. 이옷의 경우 A 소비자의 데이터만 분석해 제품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강성열 대표는 이옷의 차별점으로 '휴먼 데이터(Human Data)를 기반으로 한 추천 서비스'를 꼽으면서 "기존의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체형, 착용감, 스타일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옷은 독창성과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체형에 최적화된 의류를 경험할 수 있고, 신사유람단은 더 정밀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옷은 스타일링 추천 서비스 뿐만 아니라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타일의 기본기를 다루는 '스타일의 정석', 다채로운 주제와 스타일링을 추천해주는 '스타일링이옷', 스타일링에 특화된 콘텐츠를 정리한 '이옷매거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평점도 5점 만점에 4.7점으로 높고, 고객 역시 약 70만 명으로 집계된다.
데이터 알고리즘 정교화에 비용까지 시행착오 연속
이옷을 선보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강성열 대표는 신사유람단 설립 후 직원들과 이옷 개발에 매진했다. 2020년 6월 이옷을 선보이기까지 1년 이상 기술 개발과 데이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이커머스 크롤링 시스템, 이옷 자동 전처리 프로그램, 이옷 데이터 셋 등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1000가지 기준에 따른 분류코드 체계도 개발, 이옷 내 모든 제품의 정보를 담은 라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이옷의 AI 기반 맞춤형 스타일 추천이 더욱 용이해졌다.
강성열 대표는 "초기에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정교화가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 다양한 체형과 패턴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반복 테스트가 필요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론칭 후에도 이옷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특히 소비자가 입력해야 하는 데이터를 10가지에서 5가지로 줄였다. 이는 소비자 피드백을 반영한 것. 강성열 대표는 "보다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10가지 질문이 필수였는데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5가지만 묻는다. 최소 데이터로도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옷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쓴다 / 출처=IT동아
당초 이옷 이용 시 소비자의 얼굴 사진 촬영도 필수였다. 소비자가 입력한 데이터로 체형을 구현하고 얼굴까지 더해 추천받은 옷을 실제로 입어 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는 기능을 위함인데, AI 기술을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해당 기능은 고가의 서버 비용 문제 등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 강성열 대표는 "상상하는 것을 현실화 시켜주는 부분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추후에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사유람단은 사용자 체형 정보를 이용한 의류 추천 방법 및 장치 등 초개인화된 AI 스타일 추천과 관련된 특허 2건 출원을 마쳤다. 스마트피팅, 커스텀의류제작, 숏폼영상생성과 관련된 특허 7건은 출원 중이다.
해외 진출 겨냥한 신규 플랫폼 개발 한창
신사유람단은 이옷 이외에 PB 브랜드인 테니스 웨어 전문 론앤디마리를 3년째 운영 중이다. 론앤디마리는 강성열 대표가 7년 전 테니스에 입문하며 불편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반영해 만든 만큼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매력이 두드러진다. 로고도 강성열 대표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는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펠탑과 라켓, 그리고 앙투카 코트의 적색 베이스가 조화롭다.
강성열 대표는 "론앤디마리는 프랑스어로 '둥글게 시작하다'는 의미로 소비자에게 감각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선사하고자 한다"면서 "의류 판매 이외에 '클럽 론앤디마리 멤버십' 제도를 통해 테니스 레슨과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충분히 레슨 받으며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론앤디마리 역시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에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강성열 대표는 "새롭게 준비 중인 오프라인 공간의 경우 카페와 결합한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론앤디마리 의류를 전시하고 실착도 가능하지만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온전히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든 후 온라인에서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사유람단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AI 패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 출처=IT동아
이옷과 론앤디마리의 사업 모델에 대해 강성열 대표는 캐나다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룰루레몬을 지목했다. 룰루레몬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며 성장했고, 다양한 운동복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요가를 배우면서 기존 운동복의 한계를 느끼고 기능성과 패션성을 갖춘 프리미엄 요가복을 개발한 칩 윌슨 룰루레몬 창업자와 강성열 대표가 닮아 있기도 하다. 이에 다양한 브랜드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테니스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신사유람단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진행하는 '2025 스포츠테크 프로젝트 사업' 수행 기업으로 선정돼 신규 플랫폼 론디아이(가칭) 개발에 한창이다. 론디아이는 영상을 통해 특정 운동 동작 분석 후 개선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주는 것은 물론 적합한 의류를 추천해주는 형태다. 여기에 이옷의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접목해 내년 해외에 출시한다.
강성열 대표는 "K-콘텐츠의 입지가 상승한 만큼 해외 진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국내로 넘어오는 것이 더 쉽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AI 서비스 고도화와 다국어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사유람단은 서울과기대에서 마련한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성열 대표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원받은 자금은 인건비와 제작비 등으로 활용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성열 대표는 "신사유람단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AI 패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신사유람단은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테크 기반 패션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궁극적으로는 쇼핑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