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연구팀, 관련 기술 개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아세트산을 더 잘 ‘소화’하는 대장균만 살아남도록 유도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진화 기술이 개발됐다. 이 방식으로 얻은 대장균은 아세트산을 친환경 접착제·플라스틱 원료인 이타콘산으로 바꿔내는 능력이 1.7배 뛰어났다. 대장균을 세포 공장처럼 돌려 화학 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동혁 교수팀은 포스텍(POSTECH) 정규열 교수팀, 한국화학연구원 노명현 박사와 함께 아세트산을 이타콘산으로 대사하는 능력이 평균 1.7배 향상된 대장균주를 개발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타콘산은 생분해 플라스틱, 의료용 접착제 등에 쓰이는 물질이다. 지금은 곰팡이로 전분 등을 발효해 생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식량 자원을 소모하고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UNIST. [사진=UNIST ]](https://image.inews24.com/v1/449fc3f9c37db9.jpg)
대안으로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을 쓰는 방법이 있다. 아세트산은 다양한 화학공정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어 값이 싸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합성하면 탄소 감축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균이 아세트산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성과 대사 부담 탓에 잘 자라지 못하고, 이타콘산 생산성도 크게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타콘산을 많이 만들수록 살아남는 조건을 설정해 대장균을 진화시켰다. 이타콘산 농도에 따라 항생제 저항 유전자의 발현량이 달라지도록 설계된 바이오센서를 대장균에 삽입한 것이다. 항생제 농도를 점차 높이며 배양을 반복하면, 이타콘산을 많이 생산하는 대장균만 살아남게 된다.
약 50세대에 걸친 배양을 통해 실험실 진화를 유도한 결과 기존보다 이타콘산 생산량과 분열 속도가 각각 1.7배 향상된 균주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어떤 유전적 진화가 생장과 생산성 향상을 이끌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체 유전체(DNA)와 전사체(RNA) 분석을 수행했다. 진화한 대장균은 약 3만1000개의 염기쌍에 해당하는 유전체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그 안에 포함된 유전자 2개의 결실이 아세트산 대사와 생장 효율 향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유전자 결실은 대장균의 생리 상태를 바꿔 스트레스 환경에서 나타나는 ‘긴축 반응(stringent response)’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 저자인 우지훈 연구원은 “긴축 반응은 일반적으로 세포의 생장을 억제하고 자원 소모를 줄이는 기작으로 교과서에 소개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아세트산 대사를 효율화해 오히려 생장과 생산성을 함께 높이는 반전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relA 유전자를 따로 과발현한 실험에서도 진화 균주와 같은 생산성 향상이 나타났다. relA는 긴축 반응을 유도하는 신호 물질인 ppGpp를 만드는 유전자다.
김동혁 교수는 “진화 기반의 분석 방법론을 통해 미생물의 생리 반응을 재해석하고 기존에는 단점으로 여겨졌던 요소를 장점으로 바꾸는 실마리를 얻었다”며 “화석연료 고갈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화학소재 생산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Biosensor-guided evolution boosts itaconic acid production, unveiling unique insights into the stringent response)는 국제학술지인 생물자원공학(Bioresource Technology)에 6월 1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