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전용 얼굴 인증 화면을 만든 이유
토스에서는 송금이나 결제를 할 때 이상 거래가 감지되면, 보안을 위해 기능이 일시적으로 차단돼요. 이때 얼굴 인증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차단이 해제되죠. 대부분 사용자에게 얼굴 인증은 몇 초 만에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 사용자에게는 전혀 다른 경험일 수 있어요.
정확한 지시 없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이 옆에서 “왼쪽으로 조금 더 고개 돌려보세요” 등의 도움을 줘야만 인증을 마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인증 없이는 송금 등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도움 없이 혼자서 인증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인증팀과 논의 끝에 스크린리더 사용자 전용 얼굴 인증 과정을 따로 만들기로 했어요.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직접 초대해 UT를 진행했고, 계속 이터레이션하며 새로운 흐름을 설계했죠.
이 글에서는 UT에서 발견한 점을 시안에 어떻게 적용해갔는지 하나씩 소개해볼게요.
진행상태를 소리로 알려주기
얼굴 인증은 안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몇 초간 가만히 있어야 해요. 처음에는 고개 돌리는 동작이 어렵지 않을까 싶어, 자세한 텍스트 안내를 준비했는데요. 막상 테스트해보니 대부분의 사용자가 무리 없이 잘 따라 하셨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지금 얼굴이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죠. 기존 화면에서는 프로그레스 바로 진행 상태를 시각적으로만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크린리더 사용자 입장에선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다른 서비스는 1%, 18% 이런 식으로 퍼센트를 읽어줘서 감이 오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어디까지 됐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단순히 숫자를 읽어주는 방식보다는, 프로그레스 바처럼 시각적인 요소를 청각적으로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행 중’ 사운드와 ‘완료’ 사운드를 인증 흐름의 각 단계에 삽입했어요.
- 얼굴 인식이 진행 중일 때
- 인증이 완료됐을 때
사용자들은 진행 과정에서 큰 불안 없이 훨씬 더 수월하게 따라올 수 있었어요. 청각 UX란 단순히 텍스트를 소리로 읽어주는 것을 넘어, 시각적으로 의미 있는 모든 피드백을 ‘소리’로 전환하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죠. 이번 얼굴 인증 접근성 개선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었어요. 처음엔 텍스트만 읽히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프로그레스 바와 같은 그래픽 요소에도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었죠. 이 시각적 정보를 사운드로 ‘번역’하면서 비로소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UX를 구현할 수 있었어요.
오류는 토스트로 알려주기

기존 얼굴 인증 플로우는 30초 동안 얼굴 인식에 실패했을 때, ‘다시찍기’ 버튼을 눌러야 해요. 그런데 UT 중 시각장애인 사용자가 이 버튼을 찾기 위해 화면을 더듬다가 자세가 흐트러지고, 다시 얼굴을 맞추기 어려워져 인증을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흐름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오류 피드백은 “얼굴이 원을 벗어났어요”처럼 간단한 토스트 메시지로 전달하고, 곧바로 다시 안내가 이어지도록 구성했어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 거죠. 사실 오류 메시지만 정확히 전달된다면, 굳이 버튼을 누를 필요는 없으니까요.
사용자가 터치 없이도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되니, 자세를 유지하기 훨씬 쉬워졌고 전체 경험도 더 부드러워졌어요.
'카메라 권한 설정’은 단계별로 안내하기

얼굴 인증을 하려면 카메라 권한이 필요해요. iOS에서는 권한 설정 팝업에서 “허용하기” 버튼을 누르면 설정 앱으로 이동하게 되고, 카메라 권한을 켠 뒤에는 다시 토스 앱으로 돌아와야 해요.
하지만 이 과정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허용해 주세요”라는 짧은 문구만 나오다 보니, 이후 어떤 설정을 해야 하는지 헷갈리거나, 설정을 마친 뒤 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앱으로 돌아가지 않아서 당황하셨다는 피드백도 있었고요.
그래서 iOS 퍼널에서 권한 설정 과정을 단계별로 분리해서, 각 단계마다 필요한 행동을 명확하게 안내해드리도록 바꿨어요. 덕분에 사용자는 지금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후 어떤 흐름이 이어질지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인사 건네기

스크린리더 전용 인증 흐름의 시작에서 “스크린리더를 사용하시네요”라는 안내 문구를 넣었어요. 혹시 불편하게 느끼시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많은 분들이 오히려 반가워하고 고마워하셨어요. “내 상황을 이해해주는 시스템”이라는 피드백 자체가 배려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어 뿌듯한 순간이었죠.
중요한 건 ‘달리 만들기’보다 ‘다르게 바라보기’
현재 이 퍼널은 이상 거래 탐지 시 본인 확인 프로세스에만 적용돼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인증 시나리오도 대응할 예정이에요.
이번 얼굴 인증 개선은 단순히 스크린리더를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작업이 아니었어요.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흐름이 어떻게 느껴질지를 끝까지 상상하고 관찰하면서, ‘당연한 UX’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과정이었죠. 실제로 시각적으로 볼 땐 문제가 없어 보였던 화면들이, 다른 조건에 놓인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카메라 권한 설정이나 오류가 났을 때 CTA 버튼을 눌러야하는 흐름은, 기존에는 너무 익숙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지점들이었어요. 하지만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니, 더 명확한 대안을 찾을 수 있었죠.
이런 개선은 비장애인 사용자에게도 더 나은 사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토스트 메시지나 권한 안내 등의 변화는 일반 퍼널에도 적용될 예정이에요. 결국 이번 개선은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예외 대응이 아니라, 모두에게 더 편리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죠.
이처럼 스크린리더 대응은 소수만을 위한 대응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UX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실마리가 될 수 있어요.
적용해보기
만약 여러분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설계하신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기획 : 이수빈, 김유라 글 : 유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