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호 유괴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29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영화 '그놈 목소리'의 실제 이야기인 '이형호 유괴사건'을 조명했다.
1991년, 1981년생 당시 나이 만 9세였던 이형호 군이 유괴되었다. 형호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범인은 경찰이나 외부로 알리면 형호는 죽는다며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2억 원가량의 돈을 요구했다. 또한 카폰이 있는 차를 함께 준비하라고 했다.
상당한 자산가였던 형호의 할아버지. 이를 아는 것처럼 형호의 부모에게 상당한 돈을 요구한 범인. 형호의 아버지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유괴 3일 차, 형호가 감기약을 먹였더니 자고 있다며 다시 연락이 온 범인은 김포공항에서의 접선을 시작했다. 범인이 시키는 대로 한 아빠의 차량에는 트렁크에 경찰이 범인 몰래 숨어 있었다.
범인은 카폰으로 구체적인 요구를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범인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 뒷좌석에 누가 타고 있었다며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는 범인.
이후 범인과 형호 아빠, 경찰의 두뇌 싸움은 계속되었다.
범인은 거듭해서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방법으로 접선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경찰을 봤다며 잠적하겠다고 부모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유괴 50시간 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또 다른 접선을 시도한 범인. 그러나 범인은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계속되는 범인의 연락, 그런데 범인은 주말만 되면 연락을 끊었다. 이에 범인은 가정이 있거나 주말에는 연락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했다.
거듭 전화를 걸어오던 범인은 이제 메모로 지시를 했다. 지문은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메모를 남긴 범인. 하지만 이번에도 범인에 대한 단서는 무엇도 얻지 못했다.
유괴 14일 차, 또다시 방법을 바꾼 범인은 2천만 원은 입금, 5천만 원은 아빠가 가지고 오라고 요구했다. 양화대교 위 배전함에 돈을 올려놓으라는 지시를 한 범인. 이에 형호 아빠는 배전함 위에 가방을 올려두고 그 순간 육교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때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창백한 얼굴의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형호 아빠의 차에 몰래 타고 있다가 배전함을 향해 달려간 경찰. 그런데 도착해 보니 이미 가방은 사라진 뒤였다. 가방을 둔 곳을 무전으로 경찰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일어났고 이에 경찰들은 다른 장소에서 범인을 기다려 누구도 범인을 보지 못했던 것.
그러나 형호 아빠가 가방을 둔 후, 경찰이 배전함 앞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5분 사이에 사라진 가방에 경찰들은 공범의 존재를 의심했다. 그 외에도 범인의 행동과 말 등에서 공범이 존재한다는 추측이 나왔다.
안타깝게 눈앞에서 놓친 범인은 또다시 잠적했고 유괴 21일째, 형호 아빠가 송금한 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등장했다. 지급 정지 계좌라는 은행원의 이야기에 달아난 범인.
하지만 은행원이 범인을 확실하게 목격해 몽타주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몽타주 속 얼굴은 형호 아빠가 목격했던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남성과 일치하는 인물이었다.
또다시 범인을 놓치고 시간만 지나던 어느 날, 형호 꿈을 꾼 아빠. 그리고 그날 형호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의 공원 배수로에서 형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
사망원인은 비구폐쇄로 인한 질식사. 눈코잎에 테이프가 붙어있던 형호의 시신에 대해 국과수는 꽤 오랜 시간 방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여러 분석 결과 형호는 유괴 당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형호가 사망하고 수사는 공개수사로 전환되었다. 범인의 목소리와 몽타주가 공개되고 이에 수많은 제보가 이어졌다. 몽타주와 목소리를 토대로 국과수는 유력한 용의자 추려냈지만 범인을 특정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끝내 잡히지 않은 범인. 그 후 공소 시효도 만료되며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지금도 아이에게 못 해준 것들이 생각나 괴로운 형호의 아빠. 그는 아이가 그대로 컸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그는 범인에게 "왜 그랬는지 지금이라도 알고 싶다. 시간이 다 흘렀으니 자수해라. 돈을 원하면 돈도 주겠다. 하지만 형호에게 사죄하라.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면 내가 다 받아주겠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디 발전하는 기술과 양심이 범인을 고백하게 만들 수 있기를.
최근 10년간 아동 유괴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성적인 목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아이를 유인해 유괴를 하는 최근의 유괴 범죄. 이에 방송은 더 이상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