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수산업 혁신’으로 여는 어촌의 미래[기고/홍종욱]

2 weeks ago 8

홍종욱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

홍종욱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
어촌은 지금 중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기후변화로 재해가 잦아지고 재래식 양식업의 생산 기반이 흔들리는 사이, 어촌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2024년 어가 인구는 약 8만4000명으로, 최근 5년 새 13.5% 이상 감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어촌 492곳 중 소멸위험지역은 57.7%(294곳)에 달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2045년에는 어촌의 87%가 소멸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식량안보와 연안 생활 기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스마트 수산업으로의 전환’을 미래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양식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9월에는 ‘스마트 수산업 추진단’이 발족됐다. 또 약 33만578㎡(약 10만 평) 규모의 혁신 선도지구를 선정할 예정이다. 2026년부터는 선도지구 내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해상 빅데이터 AI 플랫폼 개발, 응용기술 국산화, 현장 실증 및 전문 인력 양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을 현장에 구현하려면 ‘현장 밀착형 공공기관’인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단은 스마트 어촌 조성을 목표로 주요 어항에 IoT 센서와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방파제와 부두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관제센터를 통해 원격 관리 체계를 고도화한다. 또한 공단은 민간의 혁신기술을 발굴해 양식 현장에 적용하는 ‘스마트양식해(海) 챌린지’를 열어 청년 및 창업기업(스타트업)의 참여를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어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어촌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할 기회가 될 것이다. 원격 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 양식 시스템은 도시 청년이 참여할 길을 열고, 자동화와 예측 기술은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 운영 효율과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인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고령화된 어촌에 세대교체의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의 신뢰와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단은 데이터 공개와 표준화를 통해 안전·품질지표를 마련하고, 어업인 교육을 장비 사용법에서 데이터 이해로 확장해 디지털 격차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또 공공 테스트베드를 개방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증 및 사업화를 돕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결국 스마트 전환의 목적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명확한 기준과 데이터를 정립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그 위에 사람 중심의 디지털 역량이 확충돼야 한다. 어촌의 미래 역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개방형 혁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달라질 수 있다. 전국의 어촌 현장에서 정부 정책의 실질적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지역에는 살고, 일하고 싶은 어촌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오늘의 선택과 실험이 곧 내일의 표준이 된다. 공단은 어항 안전·관제의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민간 혁신의 현장 실증, 테스트베드 및 데이터 플랫폼의 상시 운영, 현장형 인재 양성 등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함께하는 ‘스마트 수산업 혁신’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기고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 정치를 부탁해

    정치를 부탁해

  • 이주의 PICK

    이주의 PICK

홍종욱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